4월·5월 월간 판매대수 2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
품질 관련 이슈 꾸준 제기…소비자 신뢰 회복 절실

뺑반에서 은시현 경위는 자신의 애인인 기태호 검사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자주 이용한다.
랜드로버 품질 관련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 속 차량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영국 자동차 브랜드 랜드로버가 국내외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다. 5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 보다 하락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우선 성적표를 보자.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등록한 랜드로버 차량은 443대다. 지난해 같은 달(1,066)과 비교해 58.4% 떨어졌다. 참고로 4월에는 랜드로버 신규 등록 차량이 517대, 3월에는 1,253대였다. 4월과 5월 2개월 연속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랜드로버의 신규 등록 차량은 35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877대)보다 26.5% 줄었다.

5월이 자동차 시장 비수기도 아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윤대성 부회장은 “5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은 일부 브랜드의 물량확보 및 신차효과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랜드로버를 향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다소 하락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J.D.Power)가 진행한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글로벌 31개 브랜드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JD파워 측은 랜드로버를 포함해 낮은 점수를 받은 3개사에 대해 복잡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소비자경제 편집부에도 최근 랜드로버 차량에 대한 불만이 접수됐다. 본인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2019 구매자라고 밝힌 한 독자는 “구매 2개월 만에 시동 꺼짐과 기어 변속 물량 문제로 A/S접수했는데 미션 교체 진단을 받았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차량인 것 같아 교환을 원했으나 보증연장을 2년 해주겠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억울해했다. 이 독자는 “차량을 판매했던 담당자가 ‘나 역시 모 브랜드 유명 승용차를 샀는데 한 달 만에 그런 증세가 있었다. 하지만 고쳐서 잘 타고 다닌다’라고 언급했다”며 황당해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측은 이에 대해 “신차가 2개월 만에 미션을 손보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드물지만 그런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다. 해당 고객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무상으로 A/S를 진행했고, 신차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감안해 보증기간 연장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 회사에서 규정상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해드린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랜드로버 관련 논란은 낯선 이슈가 아니다. 지난 해 90년대 인기가수 출신 한 모씨가 랜드로버 관련 ‘갑질’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차량에 큰 결함이 있어서 위험한 상황까지 겪었는데 제조사의 대응이 미적지근했다”는 것이 한씨 주장. “한씨의 주장 중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는 것이 랜드로버측의 입장이었다. 당시 한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장도 날 수 있다. 그러면 잘 고쳐줘야 하는데 랜드로버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차를 잘 만들 자신이 없다면, 팔면 안 된다. 지금은 랜드로버의 제일 좋은 차를 공짜로 줘도 싫다”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품질 관련 이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30만 명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랜드로버 더는 못 타겠습니다’라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량 구입 후 4일 만에 주행품질 문제가 발생했고, 후방카메라 작동 오류로 사고가 났는데 판매사와 본사가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게 영상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 영상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랜드로버를 상대로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랜드로버는 사륜구동차 브랜드 가운데 지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됐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라는 의미다. 영국 자동차회사에서 출발한 것에 착안해 ‘오프로드의 신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소비자의 불만을 신사적으로 받아들여 역사와 전통에 맞는 품격 있는 대응을 해야 할 때다.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랜드로버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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