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인명 피해를 낸 의혹을 받는 애경산업이 관련 조사 무마를 위해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최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애경 측으로부터 6,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A씨를 구속기소했다.

애경산업은 2002~2011년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ㆍ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이 제품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2016년 수사에선 해당 원료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호소가 이어졌고 CMITㆍMIT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도 속속 나왔다. 2017년엔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고, 이듬해 사회적참사 특조위가 출범했다.

이후 애경산업은 특조위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해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을 지냈던 A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A씨를 통해 특조위 조사 상황을 파악하고 사태를 무마할 목적으로 로비자금을 건넸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그 동안 접촉한 인물과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다만 특조위 위원들을 상대로 조사 무마 로비가 실제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비가 실패했거나 특조위에 청탁이 아예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특조위는 지난해 12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1년간 직권조사를 하기로 의결했다.

한편 검찰은 과거 수사 당시 관련 자료를 숨긴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로 올해 3월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당시 책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을 공급한 SK케미칼이 환경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밀 자료를 건네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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