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상 문제 있으나 기능 완벽한 새제품, 저렴하게 구매
성인 소비자 75%, “B급 제품 구매하는 것은 똑똑한 소비”
구매시 A/S 규정 및 환불 가능 여부 등 꼼꼼히 확인해야

99% 할인 홍보문구를 내세운 온라인 리퍼브 몰 (사진=떠리몰 홈페이지 캡쳐)
99% 할인 홍보문구를 내세운 온라인 리퍼브 몰 (사진=떠리몰 홈페이지 캡쳐)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요즘 리퍼브 제품과 못생긴(?) 식재료가 인기다. ‘내 돈 내고 왜 헌 제품을 사느냐?’는 불만은 이제 옛날 얘기다. 요즘 소비자들의 75% 이상이 ‘성능에 문제 없으면 B급 제품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통계도 있다. 효율적인 가성비를 추구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다.

리퍼브는 외관상, 또는 유통 과정상 일부 문제가 있으나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제품을 새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정상품, 매장 전시 제품, 외관상 일부 흠집이 있는 제품 등 그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에서 출발한 이 제품군이 최근에는 식재료, 패션, 뷰티 등 여러 업계에서 폭넓게 관측된다. 일례로 과일이나 채소 등을 출하하는 과정에서 흠집이 생겼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은 제품을 모아 ‘못생긴 사과’ ‘못난이 참외’같은 이름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고, 미개봉 반품 화장품을 정가의 5% 가격에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소비자의 인식은 어떨까.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에서 전국 20~60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전체 응답자 중 75%가 “B급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똑똑한 소비 활동”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리퍼브 제품 특성상 동일 새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제품의 근본적인 성능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이 부분이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것.

과거에도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을 위주로 ‘전시 제품 할인’ 같은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품 범위가 넓어지고 시장 규모도 거쳤다. 업계는 지난해 리퍼브 시장 규모가 약 10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리퍼브 매장이 약 300여 곳에 달하고, 온라인에도 여러 쇼핑몰이 개설되어 운영 중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프리미엄아울렛으로 유명한 경기도 파주에 ‘올랜도 아울렛’이라는 리퍼브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 아울렛은 지난 4월 부산에도 지점을 냈다. ‘떠리몰’ 등 온라인 리퍼브숍에서는 일부 제품을 98% 가량의 할인율로 판매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매장별 특징을 보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에어컨 등 전자제품과 가구가 주로 팔린다. 신혼살림을 장만하려는 예비부부나 독립을 준비하는 예비 1인 가구의 방문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리퍼브시장 외형도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온라인몰은 그야말로 초저가 상품이 많아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위메프와 G마켓, 11번가 등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들도 리퍼브 상품 기획전을 운영해 재미를 봤다.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리퍼브 제품 매출이 같은 해 1월 대비 129.9% 늘었고, 리퍼브 안마의자와 노트북은 매출이 각각 382.1%, 375.2% 올랐다.

소비자들의 구매 포인트는 역시 가성비다. 서울 천호동에 사는 워킹맘 김정윤(37)씨는 최근 소파와 김치냉장고를 리퍼브 제품으로 구매했다. 김씨는 “냉장고 문 안쪽에 작은 흠집이 있고 소파에는 돋보기로 들여다 봐야 보일 듯 말 듯 한 얼룩이 있다. 하지만 굳이 콕 짚어 보여주지 않으면 누가 봐도 새 제품”이라고 말하며, “싸다는 이유 하나로 중고를 사는 사람도 있는데, 기능에 문제 없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최근 겉면에 일부 흠집이 있으나 당도나 맛에는 별 문제가 없는 ‘못난이 과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효율적인 가성비를 추구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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