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사는사람들, 취약계층 대상 소액 자금 무이자 대출
꼭 필요한 돈 빌리지 못하는 '금융 사각지대' 찾아가 '금융복지' 실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신용사회 만들어야"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대표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대표.(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오늘 첫 대출이 나갔습니다.”

6월 3일 한성저축은행 ‘착한대출’ 1호 주인공이 탄생했다. NGO 단체 사무총장인 A씨가 ‘더불어사는사람들’ 성실상환을 인정받아 한성저축은행으로부터 300만원을 연 3%에 빌리는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대표이사와 한성저축은행 오종민 대표이사의 인연은 조성목 회장이 이끄는 서민금융연구원을 통해 시작됐다. 서민을 위한 금융 실천이라는 뜻을 위해 모인 두 사람은 연구원을 통해 인연을 맺고, 그 뜻을 함께 해 상품을 출시하는데 이르렀던 것이다.

이창호 대표이사는 “서민금융연구원 활동하면서 알게 된 한성저축은행 오종민 대표와 올해 1월 협약을 맺었었다”며 “2년간 100만원 이상 성실상환자이신 52살의 남성분이 1호 대출자가 됐다”고 말했다.

양사는 향후에도 더불어사는사람들이 추천하고 한성저축은행이 심사를 해서 ‘착한대출’ 2호, 3호 대출자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은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마중물이 될 소액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평균 대출금액은 30만원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보이는 금액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기로에 설 것을 고민할만큼 간절한 금액이다.

이창호 대표이사는 “요새는 1만5,000원, 3만원을 빌리는 청년들도 많다”며 “20대부터 70대까지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대출 신청을 하는데 요즘은 청년이 (대출 신청이) 더 많이 온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거의 다 생활비를 목적으로 대출을 요청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설립 이후 2012년부터 2019년 5월까지 누적 대출건수는 2,367건으로, 그 금액은 총 7억8,740만원 정도다. 건수로는 △2012년 36건 △2013년 165건 △2014년 277건 △2015년 158건 △2016년 329건 △2017년 512건 △2018년 539건 △2019년 5월까지 351건 등이다.

매년 성장세를 거두고 있지만 특히 올해는 한달 대출 90건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는 등 남다른 성장가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후원금도 있고 그래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 1월 70건으로 대출이 최고 많이 나갔었는데 4월에 다시 90건이 나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량한 대출이 반복되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재원을 마련해주는 후원자 덕분이다. 지난 2월에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고 500만원을 입금해 준 후원자도 있었다.

그는 “이름도 기재되지 않은 채 많은 금액이 들어왔길래 은행을 통해 연락을 취했더니 기부금 영수증도 필요없다고 하며 기회가 되면 더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며 “이 분 외에도 2013년부터 지금까지 3,000만원 후원해 준 개인 후원자도 있다”고 말했다.

또 “CJ도너스캠프, 34개의 대부업체가 이끌어가는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 등의 기관들도 참여해줬다”며 “이런 힘으로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더불어사는사람들을 이끄는 건 취지에 공감하고 후원의 손길을 내미는 후원자 외에도 작은 금액이라도 감사히 쓰고, 되돌려주는 대출자가 있다.

대출시 주민번호를 받지 않기때문에 대출을 갚지 않아도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하는 등의 불이익이 없음에도 그들은 돈을 갚고 출자금을 넣는다. 그들만의 대출은 착한 천사의 날개를 타고 85.5% 가량 다시 돌아와 다른 대출자에게 날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더불어사는사람들은 539건, 총 1억7,430만원을 대출했고 그 중 1억4,900만원 가량을 상환받았다. 약 85.5%가 정상 상환된 것이다.

 

그래도 항상 고민은 있다.

현재 기준, 평균 약 150명의 홈페이지 방문객과 연락을 통한 약 10건의 대출문의자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다 빌려줄 수가 없다. 하루 평균 대출 건수는 1~2건뿐이다. 금융 원리에 입각해 운영되기 때문에 ‘대출 거절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대표이사는 “나 또한 못빌려주면 속상하고 거절할 때마다 마음이 안좋다”며 “늘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게 되는데 그 조차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또 “지금까지 대출받은 사람은 1400~1500명쯤 될 것”이라며 “안타까운 건 한 번 받고 안 받은 사람이 단 5%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몇 년 만에 연락이 오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금융복지’다. 돈을 빌려주지 못하거나, 필요한 돈을 전부 빌리지 못하는 사람을 도와줄 곳을 찾아 연계시켜주는 것이다. 2012년 MRI 활영이 필요해 대출을 빌려달라는 사연을 듣고 대출 대신 병원을 연결해준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구두를 수선하는 직업을 가진 아들이 엄마 MRI 촬영이 필요하다고 대출을 해달라는 거였는데 그때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무료로 찍어줄 곳을 찾았다”며 “전철을 타고 가서 병원에서 그 모자를 만난 게 시작이 돼서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옷, 에어콘, 쌀, 신발, 과자 등 개인별 맞춤형 금융복지 연결을 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의 재능기부를 이끌어 내면,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는 “처음 대출을 받을 때도 대출약정서 한 장을 쓰면 되고, 다음부터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양식을 받아 빌려줄 만큼 별다른 매뉴얼이 없다”며 “대신 더불어사는사람들의 매뉴얼은 사랑과 실천”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생각하기는 쉽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하자 그는 ‘나는 쉽다’며 마음이 있으면 실천하게 된다고 웃었다. 실제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치과 치료가 시급한 이를 위해서 그는 20군데 넘는 곳에 연락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자를 내고 갚는 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힘들 때, 아무도 나를 안믿어줄 때 마음을 알아주고 대출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착한무이자대출’. 이 특별한 대출은 심사, 채권추심도 여타의 금융기관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사연이 곧 심사로 이뤄지고, 돈을 갚으라는 추심 대신 따뜻한 안부 한마디를 묻는 이창호 대표가 꿈꾸는 세상은 단 하나다.

이창호 대표이사는 “10년 후쯤에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이 한국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신용사회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며 “나눔사회를 넘어 신용사회를 만들려면 소액의 크레딧정책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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