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값 5000원 돌파 한 달 째…애주가들 불만 누적
출고가 연평균 27원 오르는데 술값은 매년 150원 올라
가격 인상 책임론 ‘시끌’?"…업계는 ‘억울’

어쩌다, 결혼에서는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오면서 카메라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을 포착한다.
소주값 5,000원 시대를 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다. (사진=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요즘 식당에서 소주 한 병 시키면 5,000원이다. 두 사람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면 (삼겹살 1인분 1만 5,000원 가정시) 최소한 5만원이니 ‘서민의 술’이라는 별명이 무색하다. 강남에서는 7~8,000원 넘기는 게 예사고 고급 일식집에서는 이미 1만원 벽도 무너졌다.

업주들은 할 말이 있다. 소주 출고가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올해 5월부터 소주 출고가격이 올랐다. '참이슬'은 병당 1015.7원에서 1081.2원으로 65.5원 올랐고 '처음처럼'은 1006.5원에서 1079.1원으로, 73원 올랐다. 애주가들은 입을 모아 “도수는 낮아지는데 왜 자꾸 가격만 오르느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비싸진 술값은 누구 책임일까. 우선 그간의 추세를 펴보자. 참이슬이 처음 출시된 해가 1998년인데 당시 출고가는 510원이었다. 2000년 주세가 인상되면서 640원이 됐고, 이후 8차례 가격이 추가로 조정되면서 1081.2원이 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출고가격이 매년 평균 27.2원 올랐다. 그 기간 동안 식당에서는 어땠을까. 1998년 서울 시내 식당 소줏값은 2,000원 내외였다. 2019년 기준이 5,000원이라고 보면 1년에 150원 이상 올랐다는 얘기다. 출고가격이 비싸진 건 맞는데, 소주값 인상률은 그것보다 6배 가까이 높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판매점들이 수익률 개선을 위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여론이 나빠지면 그 책임을 모두 제조사에게 넘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뒤에는 복잡한 셈법이 있다. 기본적인 물가상승률이 있고 과거에 비해 건물 임대료나 종업원 인건비가 오른 이슈도 있다. 식당 술값이 500~1,000원 단위로 가격이 형성되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 잠실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식당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음식값을 올리면 바로 손님이 줄어든다. 술값으로라도 마진을 남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소주를 4,300원 받으면 그것도 어색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이 부분에서는 제조사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하이트진로 담당자는 이 부분과 관련해 “제조원가와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 가격 인상 이슈를 3년 가까이 감내하다 부득이 출고가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에 따르면 매출이 늘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한다. 도수와 가격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알코올값 절감 이슈가 아니라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주정(알코올)과 물만 가지고 소주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어서, 도수가 낮아짐에 따라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거나 낮아진 도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맛을 느끼도록 품질을 개선해야 하는 비용이 있다”는 설명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직접 소주를 판매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고초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주류 업계 역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주값 5,000원 시대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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