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아들이 자전거 타고 가다 벤츠 트렁크를 들이 받아 찌그러트렸다면 어떨까?

그런 아찔한 일이 어제 실제로 일어났다.

다행히 기자에게 벌어진 일은 아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일이다.

사연은 이렇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합기도 학원 가다가 실수로 벤츠를 추돌했다. 그 또래 남자아이라면 으레 차에 관심이 많아서 그랬을까, 벤츠 마크를 알아본 아이가 겁 잔뜩 먹고 연신 사과를 했단다. 벤츠 차주는 아이에게 ‘엄마 연락처 달라’고 해서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운전자가 ‘내 벤츠 물어내라!’며 보상금을 요구했을까? 아니다.

차주는 엄마에게 ‘아이가 집에 가면 혹시 다쳤는지 꼼꼼하게 확인 하시라’고 말했다. ‘많이 놀란 것 같으니 혹시라도 야단은 치지 마시라’고 덧붙이고, 자전거에 부딪힌 범퍼 사진을 찍어 문자로 보내면서, ‘타이어 자국은 지우면 되고 긁힌 자국도 크지 않으니까 괜찮다’며 엄마를 안심시켰다.

훈훈한 미담에 여론이 반응했다.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심성부터가 벤츠 몰 만한 분이다’ ‘차주 성품이 벤츠급이다’ ‘벤츠급 인성’ ‘우리 사회에 저런 부자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 글은 현재 조회수 3만 건을 넘겼고 해당 커뮤니티 ‘최다조회’ ‘최다추천’ 메뉴에 올라갔다.

기자는 이 이슈에서 ‘소비자의 힘’을 느꼈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수많은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브랜드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만일 저 운전자가 차에 흠집이 났다는 이유로 아이를 심하게 윽박지르거나, 과잉수리비를 청구했다면 여론이 어땠을까?

그저 특정 개인의 성품이나 성격 문제일 수 있다. 벤츠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 성향에 따른 ‘복불복’이슈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이슈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 기업이 소비자를 소중히 다뤄야 하는 이유와 소비자 역시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야 할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다.

소비자는 힘이 매우 세기 때문이다.

기업도, 소비자도, 그 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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