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제대로 못 자면 1인당 연간 1,500만원 손해
'잠(sleep)'+'경제(economics)' 신조어 '슬리포노믹스' 산업화
IT 기술 활용한 수면 질 향상 서비스 각광
잠자리 환경 개선 위한 다양한 제품 출시 예상

수면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사진은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슬로우 매장 (사진=슬로우 제공)
수면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사진은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슬로우 매장 (사진=슬로우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수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잠 자는 문제가 어떻게 산업적인 시장이 될까?’ 이런 의문이 든다면 주위를 한번 잘 돌아보자. 요즘은 잠 잘 자는 게 돈이 되는 시대다.

3년 전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수면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최대 4,110억 달러(약 482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아니라 미국에만 한정한 규모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1,380억 달러 독일이 600억 달러로 그 뒤를 잇는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조사가 있었다. 대한수면의학회에서 직장인 554명의 수면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집중력 저하 등으로 노동자 1명당 1년에 711시간, 돈으로 따지면 약 1,500만 원 이상 손실을 본다. 바꿔 말하면, 잠을 잘 자는 게 그만큼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슬리포노믹스’라는 단어가 2~3년 전부터 이슈다. ‘잠(sleep)’과 ‘경제(economics)’를 더한 신조어로 수면 관련 산업을 뜻한다. 잠을 푹 자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산업 규모가 커졌고 관련 용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시장도 생겼다. 업계에서는 국내 관련 시장 규모를 약 2조원 내외로 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2013년 38만 명에서 2017년 51만명으로 약 30% 늘었다. 대한수면연구학회 김지언 회장(대구가톨릭의대 신경과)은 올해 3월, “전 세계 인구 약 1억명 이상이 수면장애를 겪고 이들 중 90%가 치료받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잠 잘 자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관련 산업 규모가 계속 커지는 추세다.
 
가장 예민하게 움직이는 곳은 IT 기업들이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 질 개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의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포인트다. 스마트 워치로 수면 데이터를 수집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흔한 예다. 관련 기능을 갖춘 어플, 수면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침대, 숙면을 돕는 스마트 안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됐다. 잠과 관련된 기술이라는 의미로 슬립테크(sleep tech)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직업도 생겼다. ‘수면컨설턴트’다. 사람들이 잘 잘 수 있도록 수면 습관을 제안하고 침구류나 수면 환경 등을 맞춤 컨설팅해주는 직업이다. 국내 수면 컨설턴트는 약 100여명 내외로 침구류 브랜드 등에서 활동한다. 일례로, 시몬스 매장에서는 ‘슬립마스터’라고 불리는 전문 수면 컨설턴트가 수면 습관과 잠자리 환경 관련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놓고 낮잠을 파는 곳도 있다.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나 광화문에는 점심시간에 짧고 굵게 쉬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유동인구 많은 곳에 자리잡은 수면카페는 점심시간마다 손임이 꽉 찬다. 모바일 쇼핑몰이나 소셜커서스 등에서도 ‘꿀잠’ 등의 키워드로 관련 상품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잠 잘자는 것이 돈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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