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 “단정적 중독 진단 어렵다”
“게임 자체 문제가 아닌 심리사회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순 팀장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순 팀장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WHO가 게임중독을 의학적 질병으로 규정하겠다고 결정해 이슈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임상심리전문가는 이 주제를 어떻게 볼까.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순 팀장의 견해를 전한다.

WHO의 공식 명칭은 ‘세계보건기구’다. 보건 및 위생 분야의 국제 협력을 위해 설립한 전문기구로 ‘전 세계 사람들이 가능한 한 최고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설립 목표다. 말하자면, WHO는 '의학' 시선에서 게임 중독을 해석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 게임을 바라보자는 노력은 국내에도 이미 있다. 현재 국내에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5군데 개소돼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이 그 중 한 곳이다. 임상심리전문가이자 청소년 상담사 전영순 팀장이 관련 업무를 진행한다. 전 팀장은 정신건강 측면에서 게임 과몰입을 다루는 전문가다.

전 팀장은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WHO 이슈 관련 토론회에서 해당 이슈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자녀의 게임 과몰입 문제로 염려하거나 휴대전화에 몰두하는 문제로 상담하는 부모가 많다”고 운을 뗀 후, “아이가 게임(휴대전화)에 중독됐다고 단시간 내에 진단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게임 자체 문제로 중독됐다고 명확히 진단할 사례가 드물고, 게임을 이용하는 방식이나 의존하는 형식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이런 이유를 들어 “(WHO의) 이번 결정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상담하는 전문가들은 게임 과몰입에 대해 치료보다 관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과몰입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가족 간 친밀감이 낮은 경우가 있다. 이 문제를 들여다보려면 인터넷 자체가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인 측면을 폭넓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 과몰입 역시 마찬가지다.

전영순 팀장은 “과몰입 현상이 생겼다면 게임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사용자의 환경에 문제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전 팀장은 한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우울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어떤 사람이 하루 종일 게임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만일 ‘이 사람은 게임을 많이 해서 우울해지고 인간관계가 무너졌다’고 주장하면 그건 인과관계를 잘못 해석한 경우다. 전 팀장은 “게임에 의존하는 것은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고, 현상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만일 내 자녀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느끼면 보호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 팀장은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호자들은 대개 ‘자녀를 얼른 통제할 수 있는지’만 궁금해한다. 부모가 뭔가를 통제한다는 개념 대신 아이들에게 스스로 기회를 주고 있는지 반문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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