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제약 최대주주, 바이오제네틱스로 변경
인수자 김병진 회장 ‘매출 1천억원’ 청사진 제시
노조측 “진정성 가지고 회사를 운영할 경영진 원한다”

5월 20일, 경남제약 노동자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5월 20일, 경남제약 노동자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경남제약은 비타민C ‘레모나’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일반의약품 전문 제약회사다. 최근 경남제약을 둘러싼 위기가 있었다. 간략하게 돌아보면 이렇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개선 기간을 부여받아 폐지는 면하고 매매거래만 정지됐다. 당시 상장폐지 유예 조건은 재무건전성이 담보된 우량투자자 또는 재무투자자로 최대주주를 변경하는 것. 이후 여러 기업이 인수전에 참전했고 바이오제네틱스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바이오제네틱스는 최근 유상증자 금액을 모두 납입해 지분을 26%까지 확보했다.

경남제약을 인수한 김병진 회장은 ‘향후 2~3년 안에 매출 1천억원’ 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라이브플렉스는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을 소유한 회사고 이 투자조합이 바이오제네틱스 최대주주다. 경남제약은 최근 수년간 경영권 분쟁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기업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런데 최근 경남제약 노동자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바이오제네틱스를 향해 “주식 놀음을 중단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고 외쳤다. 한국거래소를 향해서는 “과거 경영권 분쟁 등과 관련한 내용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하고 싶은 것일까.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경남제약지회 남은주 지회장을 인터뷰했다. 남 지회장은 “새 경영진의 진정성을 아직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문답.

시위를 벌이는 이유가 뭔가

정말로 우량투자자가 최대주주가 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과거에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여러 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거나, 대표이사가 바뀌는 등 부침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회사를 안정적으로 오래 운영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여러 번 교체되면서 퇴직금으로만 18억 원을 지출하는 등 경영도 너무 방만했다.

시위 장소를 본사가 아닌 한국거래소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최근에 회사가 어려움을 겪은 근본적인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다. 인수자들이 회사를 살리기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해 들어왔다가 주가만 높이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다. 금융감독원에서 ‘경영투명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는데 결과적으로 이행이 잘 안 됐다. 금융당국이 철저하게 관리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여의도로 찾아갔다.”

사측에 대한 불만은 무엇인가

예전부터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움직임을 여러 번 보였다. 나도 10개월 동안 해고됐다가 어렵게 복직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은 임금 협상을 시작조차 못 하고 동결이 됐다. 복지도 대폭 축소됐다. 이후 바뀐 노동법 기준에 따라 휴가 등 일부 규정이 회복됐고, 최근에는 급여도 다소 인상됐지만, 예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인수가 확정됐으니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거라는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 않나

특별한 기대감은 아직 없다. 우리는 일반의약품 제조회사다. 바이오제네틱스가 생산한다는 담도암 치료제 관련 시설은 없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아직 없다. 기존처럼 주가 부양 목적으로 들어온 것 아닌지 염려된다. 회사를 오랫동안 잘 경영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M&A 전문가로만 보인다.

아직 주주총회가 열리지 않아 대표이사가 바뀐 상태는 아니다. 새 경영진이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기 어려운 타이밍인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요구를 검토하고 그에 따른 입장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소극적인 것 같아 아쉽다. ‘아직은 권한이 없다’는 말만 들으니 답답하다. 그러면 우리는 누구와 얘기해야 하는가.

현 시점에서 어떤 부분이 바뀔 수 있다고 보는가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안다. 다만, 우리는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견뎠다. 오래 참은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회사 측에 여러 요구를 했는데 실행되지 않았다. 이제 대표이사가 바뀌었으니 협상을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 매년 회사에 요구했던 것을 새로운 사람에게 처음부터 다시 얘기하려니 답답하다. 일단 벌어진 일이니까 그걸 되돌릴 수는 없고 금감원과 거래소에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해달라고 요구하러 간 것이다.

정리하면, 회사와 금융당국에 가장 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1957년 이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알짜배기 기업이다. 개인적으로 1994년에 입사해 계속 몸 담은 사람으로서 회사에 대한 애정도 크다. 레모나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이고, 직원들 노동의 가치까지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이 회사를 경영하면 좋겠다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기자는 노조의 주장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경남제약측과 접촉했다. 경남제약 대외홍보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새 경영진과 노조측이 2번에 걸쳐 대면 미팅했고, 그 자리에서 회사의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 서로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노조가) 강경한 목소리를 내니까 회사로서는 좀 당황스럽다. 조만간 입장을 서면으로 정리해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이 담당자는 “관련된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시점이 아닌 것 같다. 밝히고 싶은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 타이밍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조의 입장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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