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닌, 새로운 복고의 시대로
기존 제품 팬과 새로운 소비자 모두 만족 가능
개발 및 마케팅 과정 줄일 수 있어 기업도 효과적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91주년 히스토리에디션과 스푼즈가 출시한 캐릭터 소주잔. 둘 사이에서 복고와 뉴트로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91주년 히스토리에디션과 스푼즈가 출시한 캐릭터 소주잔. 둘 사이에서 복고와 뉴트로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뉴트로 ; 새로움(New)+복고(Retro) (과거에 유행했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최근 추세에 맞춰 새롭게 진화하는 경향)

유행은 돌고 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도 했다. 과거 유행했던 디자인이 한참 지나 다시 ‘핫’해지는 경험을 우리는 많이 했다. 인기 걸그룹이 디스코바지로 무대에 서고, 80년대 포장을 그대로 복원한 식품이 온라인몰에서 완판된다. 전자시계의 대명사였던 ‘돌핀’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재탄생했고, 2018 F/W 패션쇼에서는 FILA 운동화를 신은 모델이 26년 전 현진영 노래 ‘흐린 기억속의 그대’에 맞춰 런웨이를 걸었다.

복고, 그러니까 레트로의 기본 셀링포인트는 ‘향수’다. 사람은 대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다. 성인이 되어 경제활동을 하고 소비력을 갖게 되면 과거의 추억을 느끼는 곳에 기꺼이 돈을 쓴다. ‘응답하라 1988’류의 드라마가 흥행한 것, 90년대 음악이 ‘밤음사’를 휩쓴 것은 모두 이런 경향으로 보면 된다. 국내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B2C 마케팅에서 복고가 유행하지 않은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컨설턴트는 “산업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개 15~20년이면 어지간한 인기 제품이나 서비스가 한 번씩은 꼭 부활한다”고 덧붙였다.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결국 잘 팔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트렌드가 복고에서 ‘뉴트로’로 발전했다. 단순히 향수만 자극하거나, 옛날 물건을 수집만 하는 게 아니고 과거의 제품이 요즘 감각에 맞게 재탄생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NC소프트가 ‘스푼즈’를 출시해 캐릭터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홍대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에게 웰컴 기프트로 성냥을 줬다. 스푼즈 캐릭터와 70년대 스타일 옛날 성냥의 묘한 조화다. 이 팝업스토에서는 자사 캐릭터를 활용한 뉴트로 소주잔을 한 개에 1만원에 팔았다. 캐릭터 소품을 사러 온 10대들은 귀엽다며 관심을 보였고, ‘두꺼비’의 향수에 젖은 4050 세대 ‘아재’들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다양한 업계에서 유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작년 가을, 레트로 게임 기능을 탑재한 폰케이스가 유행이다. 아이폰 유저가 폰케이스로 ‘슈퍼마리오’와 ‘동키콩’을 플레이하고 심지어 ‘갤러그’도 했다. 모나미 볼펜은 5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색깔의 리미티드에디션을 출시했는데 이 에디션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식료품 업계를 중심으로 과거의 제품을 새롭게 재출시하는 흐름이 최근 크게 유행하고 있다.

뉴트로 열풍을 기업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어떤 해석이 나올까. 제조와 마케팅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우선, 원료나 디자인을 개발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신제품을 출시하려면 시장조사부터 품질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비용과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출시 후 시장 성공 여부도 고스란히 리스크로 남는다. 하지만 뉴트로는 빨리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마케팅 타겟을 확실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랜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출시했다’는 소비자 친화적인 이미지의 홍보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5월 24일 오전 9시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뉴트로’ 키워드를 검색하면 게시물이 3만여개, 레트로를 검색하면 무려 23만개의 게시물이 등장한다. 인스타그램은 다른 SNS에 비해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젊은 플랫폼이다, 앞으로의 소비문화를 주도할 1020세대의 관심 역시 복고와 뉴트로를 향해 있다는 의미다. 물론, 20년 후 그들이 소비력을 갖췄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현상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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