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안전대책 전무한 상태서 국토부가 사용 권장”
국토부 “안전기준 및 등록·승인절차 따라 적법 사용”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건설현장에 투입된 무인 타워크레인이 늘면서 안전사고 위험성을 두고 노동자와 공무원 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안전기준 및 등록·승인 기준 유무를 놓고 민주노총과 국토교통부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법개조된 타워크레인이 운영되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등 건설현장에서 기존 사람이 올라가 작업하는 타워크레인 대신 지상에서 리모콘으로 원격 조정하는 무인소형 타워크레인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무인소형 타워크레인이 단가가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이 시장을 독식했다는 데 있다.

한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의 중국산 무인소형 타워크레인이 전국 건설현장에서 사고의 위험성을 안은 채 불안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8톤 이상의 일부 무인소형 타워크레인은 불법 개조돼 현장에서 운용 중인 게 많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어 “심지어 8톤 이상의 유인(有人) 타워크레인도 불법 개조를 통해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며 “이 경우 사고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현장의 사용 실태를 고발했다.

이처럼 안전사고 위험이 높고 실제로 타워크레인이 꺾이거나 넘어지는 사고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함에도 관할 당국은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위험천만한 무인소형 타워크레인이 인건비가 절감된다는 이유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 타워크레인분과 관계자는 “뼈대가 약한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은 연식이 오래돼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가 사용을 권장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비자경제와의 통화를 통해 밝혔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동조합 이원희 국장은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무인 타워크레인에서 꼭 사고가 나고 사람이 죽어야만 중대재해로 인정할 것인가?”라며 “오히려 작년 연말 보도자료를 내고 2018년 한 해 타워크레인 중대재해가 단 1건도 없었다며 자신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이런 결과가 난 것처럼 입장을 보였다”며 후안무치의 극치임을 지목했다.

실제 2019년 1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공원 인근의 한 신축 빌라 공사 현장에서 2.5톤 무인타워크레인 몸체 일부가 휘어 아래도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꺾인 무인타워크레인이 주변 고압전선을 덮치면서 백여 가구에 20여 분 동안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타워크레인을 지탱하는 부품이 빠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의 사용을 권장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를 일축했다.

국토부 건설산업과 관계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비롯해 기계 제작사, 수입업체, 검사기관, 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원, 크레인협회,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지난 3월, 4월 두 차례에 걸쳐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안전 대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 밖에도 크레인 개별임대사업자, 제작사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나온 건의사항 등을 바탕으로 6월까지 추가안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무자도 “(무인 타워크레인의)건설기계 안전기준 충족 및 등록·승인에 있어 관계 법령에 따라 탈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무인 타워크레인의 안전기준 및 등록·승인에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 수도권지역본부 경기남부 크레인지부 관계자는 다음달 3, 4일 이틀간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조합원 9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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