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세계 조선업계 도미노 현상 유발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세계 조선업계 도미노 현상 유발
외신 中 국영조선그룹 CSSC·CSIC 합병 작업 가속화 보도
日 2013년 조선소 합병 경험 有 기술제휴 통해 경쟁력 UP
“국내 대형 조선소간 선가 후려치기 경쟁이 이번 인수 야기”
  • 임준혁 기자
  • 승인 2019.05.2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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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전 세계 조선 업계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1·2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진행되면서 경쟁국인 중국·일본·싱가포르 등에서도 자국 조선소 간 합병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6년간 검토 단계에 머물던 양대 국영조선그룹 간 합병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대형 조선소 간 인수합병설이 잇따르고 있다. ‘몸집을 더욱 키워 한국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3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작용·반작용의 물리학 법칙처럼 중국, 일본 등 경쟁국 조선업계 재편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 매체인 트레이드윈즈는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따라 중국 정부도 양대 국영조선그룹인 CSSC와 CSIC의 합병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대 국영그룹 합병에는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信)은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에서 샤오야칭(肖亞慶)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이 ‘조선 업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국영 업체 간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샤오 주임은 중국 국영기업을 총괄하는 장관급 인사다. 양사의 최고 경영진도 지난달 만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양대 그룹이 통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싱가포르 조선 전문 매체인 스플래시는 “한국과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양대 국영조선사인 CSSC와 CSIC의 합병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조선업계도 중대형 조선소간 합병설이 나온다. 트레이드윈즈는 “한국의 합병 움직임에 따라 일본 조선업계에선 미쓰이조선, 가와사키중공업, 스미토모중공업 등 대형화 대신 독자 생존을 추구해온 중대형 업체들이 인수합병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한국에 앞서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 2013년 IHI마린과 유니버설조선이 합쳐 일본 2위 규모인 JMU(재팬마린유나이티드)를 탄생시켰다.

같은 해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은 각자의 LNG 사업을 합병해 MI LNG를 출범시켰다. 일본 조선업계는 이후에도 업체 간 기술 제휴에 적극 나서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에 힘입어 일본은 2015년 연간 수주량에서 한국을 16년 만에 누르기도 했었다.

해양플랜트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에서 한국과 경쟁 관계인 싱가포르에서도 합병설이 커지고 있다. 현지 업계에선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한국 업체와 경쟁 관계인 싱가포르의 케펠과 샘코프마린을 합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조선업계에 부는 대형화 바람은 장기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측면도 크다. 작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일부 선종 발주량이 회복세긴 하지만, 전체 선박 시장은 여전히 저조하다. 영국의 조선·해양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조선소의 선박 건조물량은 1306척으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불황이 지속되면서 경쟁력이 약한 중소 조선사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전 세계 조선소 숫자는 2008년 612개에서 작년에는 345개로 43% 이상 감소했다.

업계에선 중국·일본 등이 자국 조선소 합병에 나서게 되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통합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가 합병하기 위해서는 중국·일본의 공정거래당국으로부터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중국·일본 조선소 합병이 잇따를 경우 한국 조선소의 합병을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서 최대 고비로 꼽히는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달 초부터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상호 실사에 들어간 현대중공업은 얼마 전 자문사와 계약을 맺고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실무접촉을 시작했다. 반(反)독과점 전통이 강한 EU는 해외 심사 중에서도 가장 난관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대우조선해양 골리앗 크레인  (사진=소비자경제 DB)
대우조선해양 골리앗 크레인 (사진=소비자경제 DB)

현재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며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결합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해외 각국에 결합심사를 본격 신청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심사를 신청해야 할 국가로 대우조선과 공통으로 매출이 일어나는 EU와 중국·일본·미국·캐나다 등 10개국을 꼽고 있다.

한편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산업은행이 갑자기 발표한 내막에는 국내 조선 빅3가 출혈경쟁식으로 선가를 깎아서 수주영업을 해 선가가 하락하는 폐단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조선산업 연구전문가는 “가령 LNG운반선 수주영업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적정 선가를 선주측에 제시하면 대우조선해양이 더 낮은 선가를 써 내며 수주를 해도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되풀이 돼 온게 사실”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인데 산은 입장에서도 (대우조선이)저가수주로 적자를 내게 되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금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이클이 수년 이상 지속돼 왔기 때문에 더는 묵과할 수 없어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에 인수를 제의한 것”이라며 수주 경쟁을 위한 선가하락이 근본적인 인수·합병 추진의 촉매제 역할을 했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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