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지만, 쉽지 않은 브랜드 '배주안'…패션코드 2016 SS 등 수상
매장 찾은 고객과 의견 듣기…김연아 맥심재킷 스테디셀러 탄생
연남동 쇼룸 신인 작가와 협업 공간으로…"브랜드 통해 공감하는 트렌드 만들고파"

배주안 디자이너가 쇼룸의 마네킹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있다.
배주안 디자이너가 쇼룸의 마네킹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배주안의 옷은 편안하지만, 쉽지 않다. 바로 ‘브랜드 배주안’의 디자이너이자, 대표이사인 그녀가 ‘브랜드는 곧 나’라는 철학으로 만들어내는 작품인 까닭이다. 그래서 어떤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스스로에게 있어 항상 현재 진행 중이지만 건강한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앳된 얼굴과는 달리 20여 년차 디자이너를 향해 달려가는 배주안 대표는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그 옷으로 자신을 표현해왔다. 스물여섯 디자인을 시작한 이후로 줄곧 그랬다. 옷을 만드는 것은 ‘내가 이 옷을 살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배주안 대표이사는 “한 브랜드를 꾸준히 유지하려면 나부터 이해할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며 “내가 입고, 우리 엄마가 입을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배주안을 통해 지금 우리 엄마, 그리고 내가 입는 옷, 나아가 언젠가 내가 엄마 나이가 됐을 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브랜드 ‘배주안’의 모토가 엄마와 딸이 함께 입는 옷인 까닭이다. 20대 후반부터 70~80대까지 입는, 세대를 아우르는 옷을 생산하기 위해 디자인은 물론 패턴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품질 검수에도 신경을 쓴다.

여전히 쇼룸 앞을 청소하고, 유리창을 닦고, 마네킹의 옷매무새를 고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2011년도 창의적 패션디자이너육성 사업’ 18인 선정, ‘패션코드 2016 SS’ 수상 등 거칠 것 없는 성장가도를 달린 이력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배주안 대표이사는 “첫 브랜드였던 ‘미미팝’을 그만두게 됐을 때 개인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론칭하고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았다”며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게 되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돈을 벌어야 다시 옷을 만들 수 있었기에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에 대한 작업지시서를 받아 제작을 돕는 일을 했다. 잠시 창작의 세계에서 떠난 것이다.

배 대표이사는 “다시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에 지인, 선배들한테 부탁을 해서 프로모션 옷을 제작했다”며 “처음에는 만들어달라는 대로만 만들어줬지만 나중에는 먼저 이런 디자인은 어떨지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배주안 대표이사는 “점점 수용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자신감도 회복하고 회사도 기반을 잡게 되었다”며 “여러 분야의 옷을 만들어 본 것은 오래 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시간 투자였다고 생각한다”며 전화위복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렇게 계속 다른 라벨이 부착될 옷을 만들면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싶다는 열망은 버리지 않았다. 결국 2009년 안정적인 수입 대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배주안’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디자이너’라는 본질이 흐려질까봐 몇몇의 TV 프로그램 출연 제의들도 거절했다.

물론 유명해지는 것 대신 오직 디자인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던 시간들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아 좌절했던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절망의 끝에서 희망은 찾아왔다. 백화점 ‘신진디자인페어’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배 대표이사는 “참여하고 싶어 담당자를 몇 개월 간이나 찾아가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마침내 펑크를 낸 브랜드 대신 합류하는 기회를 얻었다”며 “재고라도 정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당시 서교동에 있었던 쇼룸의 옷까지 다 가져갔었는데 그게 1주일만에 완판 행진을 하면서 제의가 와도 옷이 없어서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때 배주안 대표는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다시 꼬박 밤을 새며 디자인에 몰두했다. 그 사이 러브콜을 보내오는 백화점이 생겨났고, 브랜드는 안정적으로 성장해갔다.

틈틈이 매장을 찾아주는 고객과 만나 그들의 소리를 듣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커피광고에서 김연아 선수가 입고 나와 일명 ‘맥심재킷’이라고 불리는 스테디셀러도 단골고객의 한마디에서 탄생됐다.

배주안 대표이사는 “김 선수의 코디가 직접 매장에 와서 구매한 맥심재킷은 단독 아이템으로 가장 많이 판매가 되었다”며 “자주 오던 고객이 재킷에 대해 아쉬운 점을 이야기 해 그걸 듣고 만든 게 바로 그 재킷이었다”고 전했다.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여전히 브랜드를 유지해가는 비법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그녀는 늘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할 준비를 한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매년 1000 Pcs 이상의 의류를 바자회에 기부하고, 도네이션 티셔츠를 제작해 고객에게 보답한다.

요즘은 그 범주를 넓혀 패션이라는 틀 밖에서 고객과 만난다. 쇼룸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블로그를 통해 고객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이다.

배 대표이사는 “문화공간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행해 옮길 때 가장 걱정한 게 ‘이걸 고객이 원할까’였다”며 “그런데 의견을 들어보니 고객 역시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가 되어 함께 쉬고, 소통하는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남동 쇼룸은 대 변신 중이다. 2층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무상으로 제공하고, 3층은 오락 기능을 갖춘 놀이 공간으로 만들어 진다. 특히 선발된 신인 작가와는 꽃을 모티브로 한 협업을 진행해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배주안 대표이사는 “잘 알려지지 않는 신진작가들에게 기회를 줘 상생하고 싶다”며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지에 대해 여전히 고심 중이기는 하지만 6월 중순 쯤이면 4명의 신진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회사가 성장하면 더 넓은 반경의 선교활동을 하고 싶다”며 “브랜드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연남동 쇼룸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연남동 쇼룸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난해 제작된 도네이션 티셔츠다.
지난해 제작된 도네이션 티셔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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