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입에 못대는 알러지 체질…할머니·어머니 전국팔도 김치 연구
1986년 창업 전 세계 25여 개국 수출…"음식이 바로 서야 뷰티, 음악 따라 오는 것"
고급식당 싸구려 김치 제공…중국 물량공세 위기감 '내우외환'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고기는 비싸도 사먹는데 김치는 비싸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있는 거라고 여겨 홀대하는 거죠. 고급식당일수록 싸구려 김치를 제공하거든요. 메인요리에 집중하는 고급식당일수록 김치는 싼 걸 쓰고 버린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어요. 우리 김치가 좋은 건 알지만 소중히 여기지는 않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이사는 14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물량공세에 대한 위기감에 못지 않게 국내 대규모 수요처의 김치홀대로 '내우외환'에 처한 현 상황을 크게 걱정했다. 물론 '국내산'과 '국산'으로 표기하는 원산지표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산은 외국재료로 국내에서 만든 김치인 반면 국산은 국내재료로 만든 것이다.    

김순자 대표이사는 "중국은 막무가내식 물량공세를 앞세워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저렴한 위생시스템으로 한국 김치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우리가 세계시장을 확장하면 중국이 자꾸 따라붙어 이대로라면 10~20년 후면 잠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들이 내나라 김치를 귀하게 여기고 국가가 나서서 김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이사의 첫 인상은 정갈한 김치를 마주하는 것처럼 단정하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취재진을 맞이한 것 역시 정갈하게 담긴 15가지의 김치. 김순자 대표이사와 김치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위와 장이 좋지 않아 김치만 먹을 수 있는 체질로 태어났기 때문. 그 결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짜지 않고 아삭한 맛이 유지되는 김치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기자의 입에 김치를 직접 넣어주는 김순자 대표이사의 손길에서 당당함과 견고함이 묻어났다. 
식품명인 29호, 김치명인 1호인 김순자 명인은 특이체질로 태어난 탓에 고기를 입에 대지 못했다. 고기 알러지 체질. 어쩔수 없이 어릴 때부터 반찬은 김치뿐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왕 먹을 것이라면 좋은 김치를 먹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김순자 대표이사는 "애가 김치가 맛이 없으면 밥을 못먹어서 겨우내 대꼬챙이가 되고 김치맛이 좋으면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고 해요. 그러니 할머니와 어머니는 전국 팔도의 김치를 연구해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주셨죠. 김치 먹는 식성도 까다로워 조금만 짜거나 싱거워도 밥을 거의 먹지 못하는 아이였으니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덕분에 맛있는 김치에 대한 미각이 발달하고 그런 김치를 만들겠다는 욕구도 생겼던 것 같아요"라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김순자 명인의 김치손맛은 가히 창조적인 수준으로 발달했다. 마치 김치가 새로 태어난 것 같은 맛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평가는 김치 마술사, 김치 예술가. 이런 별명이 붙어도 어색하지 않는 김치맛을 내던 터라 한성식품이라는 김치전문 회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김순자 대표이사는 "김치 사업을 1986년부터 시작했어요. 그동안 김치를 위한 연구는 전 세계 누구와 견주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만큼 오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죠. 맛뿐만 아니라 모양에도 집착을 해요. 맛도 좋은데 보는 것까지 즐겁다면 일석이조 아닌가요. 여기에 짜지 않고 예쁘면서 한국의 맛을 정확히 담은 김치. 그 결과 국내를 떠나 전 세계에 유통 되는 김치가 약 80여 가지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성식품은 현재 종업원 300여명, 매출액 500억원이 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새로운 김치를 꾸준히 개발해 특허 및 실용신안만 20여 건에 이른다. 미국 FDA 승인을 받는 등 식품안정성을 확보했고, 식약처의 HACCP 시스템으로 위생적이고 안전한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산 원료 100%를 사용해 정통식품 품질 인증과 함께 ISO2200 등을 받아 현재 전 세계 25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미니롤보쌈김치, 미역김치, 치자미역김치말이, 돌산갓김치, 인삼백김치, 무지개 김치 등 외국인 입맛에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매운맛을 잡은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김순자 대표이사는 "한류의 시작은 음식입니다. 음식이 바로서야 뷰티, 음악 들이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죠. 한국사람이라면 당연 김치를 알아야 하고 널리 홍보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김치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맵고 짠 김치의 특성은 빼고 예쁘고 달달하게 먹을 수 있는 김치를 개발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요. 이것이 바로 한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은 아닐까요"라며 힘주어 말했다.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이사는 한국 김치발전을 위한 쓴소리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순자 대표이사는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취향과 트렌드에 맞춰 음식을 개발해야 해요. 한국 김치는 건강에도 좋고 기능성도 다양하지만 홍보가 부족하거든요.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려야 우리 전통식품이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김치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이어 김순자 대표이사는 "김치의 다양성을 십분 발휘해 각 나라의 취향과 트렌드에 맞춰 개발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해요. 특히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제화에 맞춰 외국에서도 사랑받는 식품이 되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거든요"라며 거듭 강조했다.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국내 단골 소비자들이 늘고 외국에서도 한성식품 김치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걱정거리라는 것.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생각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우선 식당에 가면 원산지표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해요. 국내산은 국내에서 외국 재료를 가지고 만든 것을 말하고 국산만이 국산 재료를 가지고 만든 김치입니다. 국산이라고 써 있지 않으면 당당하게 외칠 수 있어야 해요. 지금부터는 '전 국산 김치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국민들이 늘어야 당당하게 우리나라 우리음식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김순자 대표이사는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에게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하고 예민해요. 특히 먹거리에 있어서는,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한성김치는 그런 소비자들을 위해 풀을 쑤는 것부터 젓갈을 끓이는 것까지 다 사람을 써서 직접 합니다. 사람이 먹는 것이기 때문이죠"라고 '식품의 안전'을 강조했다.
 
아울러 김 대표이사는 "그래서 남는 게 없어요. 요즘 인건비에 재료값에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이 시스템을 바꾸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한성식품이 있을 것이고요. 정말 깨끗하게 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이제는 사서 드셔도 됩니다"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이사는 그동안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 세계 어디서나 우리 김치를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이라는 김순자 대표이사는 "외국 유명 조리사들이 한국으로 김치를 배우러 오도록 하겠다"며 "신시장을 겨냥한 김치개발에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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