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가이드라인 참고단계, 반감기 짧아 토론은 ‘논외’
주무부처 환경부·국토부·원안위 “강제성 없어” 직무유기 비판
검출 규제 기준 마련 시급, 현재 규제방안 용역 시행중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포스코건설 라돈 검출 논란의 창끝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 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검출된 라돈(토론)을 관리·감독해야 할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되자 주민들은 포스코건설 측에 교체를 요구했으나 관련 규제기준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포스코건설을 향하던 창끝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 머리를 돌리는 분위기다.

환경부(장관 조명래)가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검출된 라돈과 토론 검출에 대응하는 가이드라인 혹은 규제기준을 마련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소비자경제와 통화에서 “토론의 측정 방법은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을 뒤져봐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전문가도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번 포스코건설에서 검출된 토론(라돈)은 건축자재인데 이같은 특정 물질에서 나오는 라돈 수치는 현재로썬 측정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와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실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라돈은 라돈(Rn-222), 토론(Rn-220), 악티논(Rn-219)을 말한다. 동일농도 노출 시 라돈보다 6배 위험한 토론이 공동주택 내 측정되는 경우 관리가 필요하므로 정부의 시급한 라돈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 라돈(Rn-222, 3.8일)에 비해 토론(Rn-220, 55.5초), 악티논(Rn-219, 4초)이 반감기가 짧아 위험 노출 위험이 적어 통상 라돈을 라돈(Rn-222)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토론이 라돈과 동일농도로 노출되는 경우 방사선 피폭량은 라돈(Rn-222)보다 6배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미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라돈은 라듐이 알파 붕괴할 때 생기는 기체 상태의 방사성 비활성 원소로 천연으로는 질량수 222, 220, 219의 세가지 동위 원소가 있다"며 “토론은 라돈의 다른 명칭으로 사용했으나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토론도 라돈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 실무자는 “현행 실내공기질관리법 하에서 같은 양의 토론과 라돈이 검출됐다고 가정했을 때 이것이 인체의 폐로 유입될 확률이 높은 라돈만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토론은 반감기가 짧아 폐에 거의 유입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은 입장을 내비쳤다. 

환경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역시 환경부와 동일한 입장이어서 입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환경부의 현행 관련 법에 따라 라돈 검출 여부만 측정하면 된다”며 “토론 검출 여부를 새로 현행 법 하에 지정고시하려면 검토과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토론 측정기 형식승인 절차 및 검출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결과 국립환경과학원이 포스코건설에게 유리하도록 오염물질 측정기기 성능을 개정 고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라돈(토론) 측정 및 규제기준과 관련 건설사들이 오히려 이를 빨리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 및 규제기준 마련시 이를 준수하겠다고 반응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경기도 동탄 신도시의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관련 법령이나 규제 기준이 없는 상태다 보니 포스코건설에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며 “관할 주무 부처인 환경부나 국토교통부에서 해당 규제 기준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 주면 포스코건설이 함부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 당국의 무관심한 태도를 비판했다.

현재 환경부는 ‘건축자재 라돈관리 필요성 및 규제방안 검토’란 주제의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서경대학교가 수행하고 있는 이 용역의 과업 기간은 오는 6월까지다. 환경부는 용역이 마무리돼야 근본적인 규제기준 마련을 위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몇 개의 실험결과 데이터를 참고해 규제기준 수립의 기초 자료로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초보적인 대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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