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기획재정부 세제실 주류세 개편안 지연 발표
잇따른 약속 파기 한국수제맥주협회 유감 표명…폐업 위기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내년 30% 전망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정부가 주류세 개편안 발표를 연기하면서 수제맥주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주류시장에서 맥주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수입맥주 역차별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종량세 전환으로 재도약을 기대했던 수제맥주업계는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상황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류세 개편안 제출 시기 지연을 발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잇따른 약속 파기에 매우 큰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벼랑 끝으로 내몰린 40여 개 협회사 전체를 대표해 맥주 종량세 전환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주류세 개편안과 관련 기재부가는 양치기소년을 자초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종량세 개편안 발표 직전 '전 주종 형평성 고려 필요'를 이유로 전면 백지화 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내년 3월까지 제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올해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시 '4월 말~5월 초까지 주세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미루더니 돌연 지난 7일 다시 한 번 연기를 발표했다.

6개월 사이에 세 번씩 연기되자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기재부 스스로 주류세 개편안 발표 일정과 관련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업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상 ‘공회전’이나 다름 없는 지난 1년의 상황으로 인해 많은 맥주업체들은 허탈함을 넘어 생존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맞닥뜨리고 있다.

실제 맥주 종량세 전환이라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투자를 한 업체들은 이후 타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더이상 버티지 못한 채 국내 생산을 접은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맥주는 맥주 종량세로 품질 경쟁이 가능해질 것을 대비해 연구개발 및 설비를 증축하는데 추가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제조업의 가장 큰 장점인 고용 창출 규모 역시 더욱 키울 계획이지만 개편안 제출이 돌연 연기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역시 최근 이천에 연간 500만 리터 규모의 양조장을 준공해 맥주 종량세를 대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인 반면 더부스 브루잉 컴퍼니는 생산 시설을 모두 미국으로 이전했다.
 
맥주는 종량세로 개정이 매우 시급하다. 전체 주류 세수의 약 50%를 차지할 만큼 소비량이 높은 주종으로, 시장규모 역시 4조에 달한다. 하지만 수입맥주와 역차별로 산업은 붕괴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실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이 4%대에서 20%대로 급증했으며, 2019년에는 30%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자본력이 없는 수제맥주 업체들은 수입맥주의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인해 상당수가 폐업할 위기에 처해 있다.

한편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올해 맥주 종량세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약 6,5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 손실과 7,500개의 일자리 손실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개편 약속 일정이 다시 한 번 무기한 연기되면서 수많은 업체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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