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규정 없어 제조업체·판매처 '모르쇠'
7℃ 온도편차 김치냉장고…버린 김치 44㎏, 배탈로 병원행
제조업체 "문제없다", 판매처 부서 떠넘기기…소비자 직접 문제점 파악 촌극
품질불만 상담건수 매년 3000건…공산품 피해보상 규정 없어

김치냉장고에 보관에 둔 김치가 얼고 심지어 곰팡이까지 피어있다. (사진=소비자제보)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곰팡이 김치냉장고가 뭇매를 맞고 있다. 김치가 얼음이 되고 곰팡이가 슬면서 신선도 유지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가의 김치냉장고가 곰팡이 냉장고가 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더니 얼고 곰팡이까지 피어버린 김치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지난해 연말 D사의 김치냉장고를 백화점에서 구입했다. 그러나 신선한 김치를 맛볼 수 있으리란 기대와 달리 김치냉장고에 보관한 김치가 모두 얼거나 곰팡이가 슬어 모두 버렸다”고 하소연 하며 <소비자경제> 제보창을 두드렸다. 

이 모씨는 “새 김치를 꺼내려고 김치냉장고 문을 열면 역겨울 정도의 썩은 냄새가 났다”며 “김치통을 열면 부글부글 거품이 생기고 부패 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씨는 이어 “김치냉장고 김치를 먹고 아들과 병원까지 다녀와야 했다”면서 “AS기사가 수차례 다녀갔으나 매번 김치냉장고에는 아무 이상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다”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모씨는 “고객센터 요청에 첫 번째 AS기사가 왔을 때는 (내가 김치냉장고 조작법을 제대로 몰라서 그랬다는 듯) 작동버튼 조작 후 조작하는 방법 알려주고 갔다. 너무 속상해서 다시 AS기사 방문을 요청하자 다른 AS기사가 방문했으나 김치 상태를 보고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한 후 가버렸다. 이후 세 번째 AS기사 요청은 거절되기에 이르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모씨는 결국 다른 고객센터로 문의했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모씨는 “이번에는 AS기사가 온도기계를 가지고 와서 하루 정도 온도 측정을 해보았으나 김치냉장고 온도는 표준온도로 역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접 조사한 결과 AS기사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AS기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었던 이 모씨는 직접 온도계를 구입해 측정해 보았다. 그 결과 김치냉장고 온도가 영상 4℃에서 영하 3℃로 7℃ 내외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이는 김치냉장고 성능평가에서 '우수'로 분류되는 온도편차 1.0℃ 미만 기준과 7배 차이다. 

소비자 이 모 씨가 직접 측정한 김치냉장고 온도값 (사진=소비자제보)

이 모씨는 “(냉장고 온도 문제를) 항의하자, AS기사는 (측정 온도의) 평균값이 표준온도여서 냉장고를 고쳐줄 수도 없고, 그냥 써야 한다는 말을 했다”면서 실소했다. 

소비자 불편을 대처하는 방식은 판매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조업체의 고객센터의 응대에 실망한 이 모씨는 이번에는 냉장고를 구입한 백화점측에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백화점 측 역시 고객 불만 접수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 모씨는 “(백화점) 담당 팀장이 없다며 다른 직원이 접수를 해주었으나 담당 팀장에게는 전달도 되지 않는가 하면, 재방문 할 때마다 여러 부서로 떠넘기기 급급했다”고 분노했다. 

이 모씨는 이어 “김치냉장고 때문에 버린 김치만 44킬로그램이다. 고객센터와 씨름하는데 쓴 전화비, 백화점 등을 오고가며 문제 제기하느라 쓴 교통비와 시간적 손해, 배탈이 나 고생하고 병원까지 가야 했던 비용 등까지 모두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제조업체와 백화점 측의 불만접수 응대에 불만을 표했다. 

◆ D사 제품, 소비자원 김치냉장고 품질시험 온도 평가 가장 낮은 점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김치냉장고는 저장온도가 설정온도에 가깝고 온도변화가 작을수록 김치가 쉬거나 얼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저장온도와 설정온도의 편차가 작을수록 김치 저장온도성능이 우수한 제품으로 간주한다. 

소비자원이 2017년 3월부터 약 7개월간 김치냉장고 4개사 4개 모델을 대상으로 품질시험을 진행했을 때도 D사의 김치냉장고는 설정온도 대비 최대 온도편차가 2.0℃ 이상으로 타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시험 대상이었던 타사 제품 중 온도편차가 1.0℃미만이었던 제품은 ‘우수’평가를 받았고 1.5℃미만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D사의 제품은 2.0℃가 넘어 가장 떨어지는 평가를 받았던 것. 

◆ 김치냉장고 피해구제접수 5년간 375건..상담 매년 3천건 이상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김치냉장고 피해구제접수건은 2014년 62건, 2015년 67건, 2016년 88건, 2017년 91건, 2018년 68건으로 5년간 총 376건에 달했다. 이중 80%가량을 차지하는 220건이 냉장고 품질과 관련한 접수 건이었고, AS불만 81건, 계약불이행 32건 등 순이었다. 

실제 피해구제접수까지 하지 않더라도 매년 김치냉장고 상담은 3천건 이상이다. 소비자원이 2017년 내놓은 김치냉장고 품질시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김치냉장고 관련 소비자상담사례는 2014년 3731건, 2015년 3338년, 2016년 3118건이었고 이중 63%가량은 역시 제품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불만이었다. 

소비자원은 “업체들이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가 품질을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 피해 보상은 어디까지?

그렇다면 김치 냉장고 제품 품질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보상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제품구입 후 1개월 이내에 자연 발생한 품질 또는 성능, 기능상의 하자가 발생할 시에는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다.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정상적인 사용상태에서 발생한 품질․성능․기능상의 하자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무상수리가 가능하며, 수리 이후에도 하자가 발생하거나 수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제품교환이 가능하다. 또 교환이 불가능하거나 교환받은 후에도 같은 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구입가 환급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품질보증기간이 경과했다면 정액감가상각한 잔여금액에 구입가의 10%를 가산하여 환급해 주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업체들이 김치냉장고의 기기 문제를 시인하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소비자에게 식재료 문제나 사용 방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치냉장고 제품의 성능 문제로 판명되더라도 이 때문에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는 배상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전제품설치업에서는 설치 하자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 발생 시, 그 손해까지 배상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공산품(가전제품 포함) 관련 규정에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서 “실무적인 민원 처리 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소비자의 손해를 배상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업체측에서 말을 안 들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김치냉장고의 성능을 맹신하지 말고, 김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 문제가 확인된다면 최대한 빨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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