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칼럼]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9일 40만명을 돌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헌법 제8조 4항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국가 존립을 위한 헌법의 가치기준에 위배되거나 파괴하려는 정당에 대해 정부가 국무회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경우 정당해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정당해산 심판은 헌재 재판관 6인 이상 찬성하면 그 정당은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해산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2월19일 당시 여당인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한 새누리당과 함께 ‘통합진보당’의 해산청구사건(2013헌다1)을 헌재에 제소하고 헌법재판관 8명의 찬성으로 통진당을 해산시킨 전례가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접속 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이슈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며칠 사이 ‘동물국회’로 투영된 방송언론의 생중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인 1與3野의 반대급부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불법적인 물리적 몸싸움과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는 행위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로 제 정당들이 합의하고 국회의원 뺏지를 단 자신들이 만든 법(국회선진화법)을 짓뭉개고 육탄전을 벌이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을 거대한 분열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은 이번 사태의 저변에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에서부터 기인한다. 좌파진보와 우파보수로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지형의 형색이 과거보다 노골화된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진보와 보수의 중간지대는 사라졌다. 촛불혁명 이후 사실상 대의 민주주의의 벽도 허물어졌다. 특히 보수진영은 지난 대선을 거치고 극우로 치닫고 있다. 이번 패스트트랙 충돌로 야기된 동물국회의 파탄은 엄밀히 따져봐도 정치적 손익계산에서 한치도 손해볼 수 없다는 민심과 동 떨어진 정략적 기득권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정치(政治)는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정치(正治)’를 놓고 끊임없는 고민과 후회, 반성, 각성과 성찰이 교차하는 허업(虛業)이다. 이 허업도 민심을 외면한 자기기득권에 빠진 정당들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하다. 유권자들의 자괴감과 분노 뿐이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 중인 29일 국회에 외국 방문객들이 견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 중인 29일 국회에 외국 방문객들이 견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년 전 우리 국민이 전 세계에 알린 촛불혁명이 한 단계 성숙시킨 민주주의를 지금의 국회는 다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추잡스러운 장면들을 고스란히 전 세계로 타전되는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을 까발려 놓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파생된 여당과 제1야당 간의 ‘정당해산 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몸부림을 유권자가 지켜보고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극한 대치가 낳은 정당의 파멸은 결국 또다시 정치소비자 유권자의 몫이다.

<칼럼니스트 =고동석 소비자경제 발행인>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