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방식도 돈이 되는 시대, 소비자를 공부하라
국내 유수 대학마다 소비자관련학과 신설
공기업, 대기업, 소비자단체 등 소비자 전문가 우대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소비자경제신문 이혜민 기자] 왝더독(Wag the dog)이란 말이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금융시장 용어다. 주로 주식시장에서 주객이 전도되어 선물거래가 현물거래를 흔들 때 사용하지만,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왝더독을 소비패턴 분석에 사용했다. 제품(몸통)보다 서비스(꼬리)가 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들고, 구매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가심비(價心比)라는 말도 생겨났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가성비가 아닌 심리적 만족을 더 중요시 하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말한다.

◇ 예쁘면 그만…가성비는 가고 가심비가 우선 '예쁜 쓰레기'

SNS상에서 유명한 '예쁜 쓰레기'가 대표적이다. 쓸모는 없지만 예쁘다는 이유로 소비되는 제품들을 이른바 예쁜 쓰레기라 부른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를 받기 위해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심리도 비슷한 맥락이다. 캐릭터를 접목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신청은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220만 건에 달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가성비만을 따지지 않는다. 서비스에 만족을 느낀다면 쓸모가 없더라도 기꺼이 값을 지불한다. 그것이 감각적인 디자인뿐일 지라도 말이다.

바꿔 말하면, 경제의 주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경제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소품종 소량생산으로 생산체제의 개편도 이루어진다.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따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변화의 방향성이 늘 소비자를 향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변화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을 제조업이 정보통신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때, 그 중심에도 항상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기저에 깔려있다. 기업이나 과학기술 등 어느 것 하나 소비자와 직결되지 않은 것이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를 이해하는 전문 인력의 필요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2016년도부터 일반 신입채용에 소비자학 직렬을 새롭게 추가했다. 소비자학 전공자를 위한 우대 조건이다. 금융감독원과 더불어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소비자학 관련 공채 및 특채를 신설하는 추세다. 소비자 역량 지표 조사, 한국 소비자 시장 평가 지표조사 등을 실시하는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소비자학 전공자를 우대하고 있다.

소비자학과 교육과정. 자료=인터넷 커뮤니티
소비자학과 교육과정. 자료=인터넷 커뮤니티

◇ 소비자를 배우는 대학생들, 소비자학과

때문에 소비자 전문가를 배출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현재 소비자학과를 갖춘 대학으로는 서울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인하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대구가톨릭대, 충북대, 충남대, 건국대, 숙명여대, 상명대, 계명대, 인천대, 가톨릭대, 인제대, 서울디지털대 등 20여 곳에 이른다.

이들 대학에서는 소비자정책과 법, 소비자심리, 소비자정보관리 등을 배울 뿐만 아니라 관련 자격증 취득과 인턴십도 제공한다. 덕분에 학부생들은 대학 때부터 소비자의 관점에서 경제활동 전반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법을 배운다. 소비자를 둘러싼 정치, 문화, 사회적 배경 및 흐름을 꿰뚫어보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학과 출신자들이 한국만의 특수한 소비문화 형성 배경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취업전성에서 그들만의 강점이 된다. 일반 기업에서도 소비자학과 출신자의 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마케팅이나 리서치, 소비자상담부서, 금융기관 내의 소비자 재무 설계, 광고회사 등이 이들의 진출 분야다.

주로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소비자 정책을 수립하거나 소비자의 패턴을 분석해 상품을 출시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경영학 전공자와는 달리 모든 관점이 소비자를 향해 있다는 것이 소비자학 전공자들의 큰 특징이다.

◇ 소비자학 전공자 곳곳에서 우대, 소비자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

물론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는 단체에서도 활약한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회 소속 시민사회단체 등은 소비자 전공자의 주 무대가 된다. 현대사회가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만큼 앞으로 소비자학 전공자는 더 많은 곳에서 우대받을 전망이다.

이렇게 기업이나 정부에서 소비자학 전공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관련 전공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희소식이다. 소비자의 권익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매년 경제 트렌드를 분석해 키워드를 뽑아내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저서 ‘트렌드 시리즈’ 역시 항상 소비자를 향해 있다. 그는 늘 소비자의 심리변화나 소비 패턴변화를 통해 한 해의 경제 트렌드를 짚어내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의 생활패턴이나 심리, 심지어 연애방식마저도 소비를 이해하는 데에 쓰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소비자의 불신이 불거지면 외면 받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업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음을 우리는 함께 지켜봐왔다. 소비자의 심리와 패턴은 국가와 기업이 쫓아야 할 핵심인 것이다.

바야흐로 소비자가 중심인 시대에서 사회와 기업, 그리고 학생들은 지금 마땅히 ‘소비자’의 모든 것을 공부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에게 외면 받는 까닭도 이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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