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선종 중형유조선 발주 수요 많은데 수주 잠잠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따른 중형유조선 신조 추이 관망

현대미포조선이건조한 5만톤급 PC선 시운전모습   사진=현대미포조선 홈페이지.
현대미포조선이건조한 5만톤급 PC선 시운전모습 사진=현대미포조선 홈페이지.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현대미포조선이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수혜자로 올해 대박 수주를 낼 것처럼 보였지만 현재 다소 움츠린 모습을 보이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올해는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수혜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주들의 발주 움직임은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증권·조선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그동안 현대미포조선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를 앞두고 수주 잠재력에 높은 기대를 받아왔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MR탱커(중형 유조선)시장은 내년 1월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규제 덕분에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며 “이 분야 강자인 현대미포조선에 다시 관심을 쏟을 때”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중소형 컨테이너운반선 등은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선종이다. 지난해 이후 세계에서 발주된 중형 유조선 가운데 현대미포조선이 절반 이상인 54.8%를 따내 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미포조선은 올 들어 수주흐름이 나아졌다. 1분기에 4억3400만달러 어치를 새로 계약해 지난해 1분기 수주액보다 14.5% 늘었다. 4월에도 두바이 트리스타그룹에서 중형 유조선 6척을 수주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수주목표가 35억달러로 지난해 목표보다 16.7% 가량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승세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치적으로 1분기 달성률이 25%는 나와줬어야 하는데 중형 유조선 발주가 늘어난다고 말만 나오고 실제 성과는 따라오지 못해 현대미포조선 내부에서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현대미포조선은 중형선을 주로 맡는 만큼 선박 인도 속도가 빨라 수주 잔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매출 기준 수주잔량은 지난해 말 32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30억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1년 2개월치 정도에 해당하는 일감으로 2분기에 충분한 계약을 따내지 않으면 잔고 부족에 따른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른 조선사들 성적과 비교하면 현대미포조선은 오히려 수주흐름이 좋다는 것이다.

1분기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의 합산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급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현대중공업 수주액은 33.1%, 현대삼호중공업은 66.8% 각각 떨어졌는데 증가한 것은 현대미포조선 뿐이다.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중형 유조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2020년 시행되는 새 환경규제에 맞춰 벙커유에서 저유황유로 수요가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기존에 벙커유를 운반하던 유조선은 저유황유를 싣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조선은 수송화물의 청결도에 따라 벙커유나 중유를 옮기는 더티 탱커(dirty tanker)와 디젤유 등 저유황유를 운송하는 클린 탱커(clean tanker)로 나뉘며 석유제품운반선은 클린 탱커에 속한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등 세계적으로 리스크가 많아 선주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2분기부터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는 하지만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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