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한화케미칼 등 미세먼지 측정결과 조작..."허용기준 초과 인정해"
LG화학·한화케미칼 등 미세먼지 측정결과 조작..."허용기준 초과 인정해"
여수 산업단지 기업 측정대행업체 짜고 조작
정부, 기업자율 측정 제도 전국 단속 확대
  • 최빛나 기자
  • 승인 2019.04.19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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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물질 배출업체 직원과 측정대행업체 직원 간의 카카오톡 대화.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조작해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대기오염 물질 측정 대행업체 직원)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 이하로 다 (조작해서) 맞춰주세요^^”(배출업체 직원)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전남 여수 산업단지의 200개 이상의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해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이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을 때 연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챙기는 기업들이 건강에 치명적인 오염물질을 기준치보다 최대 15배나 배출하고도 비용을 아끼려 허위로 신고해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19일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먼지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이들에게 측정을 의뢰한 여수 산업단지 지역의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가 대기오염 물질 측정을 조작한 정황을 포착한 뒤 여수산단 지역 4곳의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매주 또는 반기마다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자체 측정하거나, 대행업체에 맡겨서 측정하고,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대기기본배출부과금을 낸다.

이번에 적발된 측정대행업체 4곳은 235곳의 기업으로부터 측정의뢰를 받고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다. 이들과 공모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은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무순) 등이다.

측정대행업체의 대기측정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1만 3,096건 중 8,843건은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측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또 4253건은 실제 측정값의 평균 33.6% 수준으로 축소해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은 1군 발암물질인 염화비닐의 실측값이 배출기준치의 15배나 초과했는데도 이상 없다고 조작하기도 했다. 2017년 상반기에는 실측값을 조작해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기도 했다.

이런 불법행위는 측정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셀프 측정’제도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빚은 결과라는게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감독 업무가 2002년 환경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지만, 지자체들은 자체적인 감시망을 구축하기가 어려워 기업 스스로 또는 전문업체에 맡겨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측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오면 자체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5만8,000여곳인데 굴뚝자동측정기기(TMS) 부착 사업장 630여 곳 외에는 자가측정을 하고 있다. TMS는 중소 규모 사업장이 도입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서 전국에 영업 중인 395곳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대행 측정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체와 계약할 경우 연간 15억∼18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 같은 범법행위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측정결과를 거짓으로 기록한 측정대행업체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행정처분의 경우도 영업정지 또는 등록취소에 그친다. 측정 결과를 조작한 사업장에 대한 과태료는 최고 500만원에 불과하다.

행정처분도 세 차례의 경고 이후에 적발되면 조업정지 20일에 그친다. 사업장에 따라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부담금은 최대 수억원을 내야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수치를 조작하고 적발되더라도 500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조환익 여수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조사.측정을 해서 문제가 생기면 개선하도록 조치하고 법적 처벌을 해야 하는데 기업 자율에 맡겨 놓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여수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여서 이번에 적발된 건수의 10배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처벌이나 제제수단 강화를 비롯해 올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 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 결과와 전국 일제 점검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내달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적발에 대해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관련 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케미칼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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