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시공으론 불황 대처 곤란...신사업 투자 러시
신세계건설 스마트 물류 추진…미래 불안감 반증 지적

신세계건설이 국제물류산업대전에 참가해 물류센터의 제품처리 최적화를 구현하기 위한 AGV장비를 선보였다.   사진제공=신세계건설
신세계건설이 국제물류산업대전에 참가해 물류센터의 제품처리 최적화를 구현하기 위한 AGV장비를 선보였다. 사진제공=신세계건설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주택 경기에 민감한 중견 건설사들이 이색적인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여전해서 이들 중견 업체들이 고육지책으로 신사업에 눈을 돌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있은 중견 건설사들의 주주총회에서 신사업을 정관의 사업 목적에 담는 등 신수종 사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이안’으로 알려진 대우산업개발은 1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 참여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여는 입국장 면세점 사업에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신청서를 냈다.

이 회사가 면세점 사업을 시도하는 데는 그간 ‘브리오슈도레’라는 프랑스 베이커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중국 광저우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13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매년 베이커리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기존 카페·베이커리 사업을 확장하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사업을 새로 시작하면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규모를 키워 가겠다”며 “국내 주택경기에 좌지우지되는 건설업을 뛰어넘어 주거·외식업·지역나눔을 지향하는 종합문화기업으로 발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미건설은 제4차 산업혁명과 맞닿은 미래 유망 분야와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너 2세이자 ‘건설업계의 스마트가이’로 불리는 이석준 우미건설 대표가 신사업 분야를 직접 챙기고 있다.

우미건설은 최근 ‘구재상 펀드’로 알려진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이 경기도 이천과 용인에 첨단물류센터를 짓는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일일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상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도권 신규 물류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우미건설은 부동산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프롭테크포럼의 이사로 참여하면서, 젊은 기업가들을 직접 만나고 될성부른 기업에 직접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예배당을 많이 짓기로 유명한 서희건설은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지뢰 제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희건설은 지뢰 제거 장비를 연구하고 지뢰 제거 용역을 따내기 위해 별도 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의 지뢰 제거 사업은 남북 경제협력에 앞서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태영건설은 이미 독과점 지위에 있는 수처리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태영건설 자회사인 TSK코퍼레이션은 국내 수처리시장에서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산업용 수처리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가진 휴비스워터와 지난해 11월 합병계약을 맺었다. 기존 수처리사업은 물론 폐기물에너지·자원순환사업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동부건설은 건설폐기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인 WIK-용신환경개발 4개사를 인수한 에코프라임PE 사모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계룡건설산업은 올해 제로에너지 관련 설계·시공·유지관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해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신세계건설은 최적의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한 ‘스마트 물류’ 사업 확대에 나섰다. 스마트 물류 사업이란 IoT와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신기술과 지능화된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신세계 건설이 스마트 물류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은 그간 진행해왔던 물류센터 시공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내부 운영 시스템 구축까지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이른 바 ‘물류 플랜트’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건설은 국내 건설회사로는 처음으로 오는 19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제9회 국제물류산업대전(KOREA MAT 2019)’에 ‘물류용 AGV(Automated Guided Vehicle)’를 전시, 전시장을 찾은 국내외 물류 관계자들에게 소개했다.

신세계건설은 이 같은 물류 기반 노하우 축적과 이번에 선보이는‘물류용 AGV’ 등 스마트 물류 기술을 결합해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물류 플랜트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 회사 기전담당 윤석희 상무는 “물류자동화 기술력에 당사의 신선물류센터 구축 노하우를 더해 물류센터 최적의 모델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외부사업 수주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업체들의 이런 신사업 진출 노력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이루려는 시도지만, 건설업 일감 부족과 비관적 미래 전망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다.

김관수 대한건설협회 회원본부장은 “건설 경기가 호황을 지나 침체기로 들어서던 1990년대 말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나 골프장 사업에 대거 진출한 적이 있다”며 “최근 건설 경기 하강으로 건설사 인력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어 유휴 인력의 활용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신사업 고민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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