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의원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대표발의
임신중지 ‘제한’ 및 ‘징벌’ 주장...헌법재판소 결정 의미에 한참 미달 비판
낙태죄폐지공동행동 "형식적 아닌 사회적 논의 필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11일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형법 제269조, 제270조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낙태죄 존치나 다름없는 법안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공동행동은 16일 성명을 내고 “정의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낙태죄 폐지 법안을 발의하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은 절반의 여성 독립선언, 이제 국회가 이 독립선언을 완성할 때라고 자평했으나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에도 한참 미달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와 논의를 진행해도 충분함에도 정의당이 ‘최초발의’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또다시 제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평가했다. 

공동행동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여전히 임신중지를 법의 틀에 따라 ‘제한’하고 ‘징벌’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신 14주를 경과한 임신중지의 경우 태아의 건강, 성폭력, 근친상간, 사회·경제적 곤란함이나 임신의 유지로 인한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을 또다시 증명하고 허락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행동은 “임신 22주 이후에는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서는 임신 당사자가 임신 후기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쳐온 개인적, 사회적 맥락을 전혀 고려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어길 경우 의료인이나 임신중지를 도운 시술자에게 과태료(의사 등 500만원, 비의료인 200만원)가 부과되는데 여성의 임신중지에는 어떤 허락이나 처벌도 필요치 않다는 주장이다. 

공동행동은 특정한 주수를 우선적 기준으로 검토하는 구시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임신중지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가 아닌, 건강과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입법방향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모자보건법상의 ‘우생학적 사유’를 반드시 폐지하고 모자보건법을 전면 개정할 것과 유산유도제의 즉각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지금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해외 사례들만을 단편적으로 참고해 형식적으로 법 개정에만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형법상의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이 통제해 온 인구정책과 성적 통제의 역사를 성찰하고, 성관계와 피임, 임신의 유지와 중지, 출산, 양육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의 정책과 법·제도, 사회경제적 차별과 불평등, 낙인의 조건들을 검토해 권리 보장의 틀을 새롭게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의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태아생명권 대 여성결정권’이 아닌 ‘성과재생산의 권리보장’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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