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몰서 어린이 전문치약 세트상품 구매 소비자 분통
용량은 물론 구성내용도 다른 제품
업체 측 "캐릭터 팔의 위치 달라 식별 가능" 해명

소비자 A씨는 자신이 구매한 세트상품(왼쪽)과 단품 치약(오른쪽)이 육안으로는 같은 제품처럼 보이나 치약구성성분이 다르다며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러나 업체측은 "그림이 다르며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소비자제보)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우리아이 맞춤 전문 치약’을 내세운 L사의 어린이 치약의 단품과 세트상품 구성이 달라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업체측은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주장했으나, 소비자가 육안으로 판별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꼼꼼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 A씨는 최근 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L사의 치약 세트상품을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구매했다. A씨가 구매한 양치세트에는 치약과 칫솔, 물컵이 함께 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A씨는 “평소 단품을 자주 구매해 사용했다”면서 “용량만 다를 뿐 같은 제품이라 생각하고 세트상품을 구매했으나, 아들이 치약 향이 다르다고 말해 살펴보니 구성내용도 다른 제품이었다”고 본지 제보창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평소 A씨가 쓰던 치약은 6가지가 무첨가된 제품이었으나 세트상품에 동봉된 치약은 4가지만 무첨가된 제품이었던 것. 

그는 "소비자를 상대로 교묘하게 눈속임하고 있다는 생각에 쇼핑몰과 제조업체 측에 모두 문제 제기를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오히려 제조사로부터 구정이나 설에 기획 상품으로 나오는 세트상품의 경우도 단품과 성분이 다른 제품들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며 어이없어 했다. 

결국 A씨는 찝찝한 마음에 치약을 내다버렸다. 그는 “2016년에 치약에 화학물질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던 것이 생각났다”며 “신뢰가 떨어지니 그 치약을 못 쓰겠어서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두 제품이 엄연히 다른 제품”이라며 “외견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캐릭터 상품이 시리즈별로 나온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L사 관계자는 두 제품을 소비자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는 <소비자경제>의 질의에 “우선 향이 다르고 단품에는 ‘스텝3’, ‘불소함량’, ‘무첨가’ 등 표기가 되어 있으나, 소비자가 서로 다른 제품이라는 점을 구분할 수 있도록 세트상품에는 이러한 표기를 하지 않았다. 이는 과장광고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약처의 표시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뒷면에 적혀 있는 제품이름도 상이하다”고 해명했다. 

L사의 주장을 하나하나 따져보았다. 

# 단품과 세트상품이 전혀 다른 제품이며 외견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L사의 어린이 치약은 성장 단계별 맞춤 치약을 내세우고 있다. 치약은 0세에서 2세는 스텝1,  3세에서 5세는 스텝2, 6세 이상은 스텝3로 연령별로 구분돼 있다. 연령별 스텝에 따라 캐릭터도 달리 설정했다. 스텝1에는 상어그림이, 스텝2에는 신비아파트 캐릭터가, 6세 이상 어린이 치약인 스텝3에는 남아들이 선호할 헬로카봇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단품의 헬로카봇과 세트구성의 헬로카봇 주인공 ‘차탄’이 치켜올린 주먹의 방향이 달랐고, 업체측이 주장한대로 단품에는 ‘스텝3’, ‘6세 이상’, ‘영구치 케어가 필요한 나이’, ‘6무첨가’ 등 문구가 적혀 있었고, 세트구성에는 별다른 문구가 적혀 있지 않다. 

그러나 외견상으로 볼 때는 다른 제품이라고 주장할만한 근거는 빈약해 보였다.  더군다나 해당 업체의 치약 시리즈를 살펴본 결과, 세트구성에 들어가는 헬로카봇 치약이 따로 존재하거나 헬로카봇 캐릭터가 그려진 다양한 제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해당업체의 어린이 치약 시리즈 (출처=L사 홈페이지 캡처)
해당업체의 어린이 치약 시리즈 (출처=L사 홈페이지 캡처)

# 뒷면에 적혀 있는 이름도 다르다? 

세트구성 상품의 뒷면에는 ‘양치세트’라고 적혀 있다. 세트상품임을 알리는 문구일 뿐이지, 치약 제품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은 아니다. 

# 식약처 표시기준 따른 것? 

의약외품 안전사용 정보제공을 위해 치약, 구중청량제 등에는 전(全)성분 표시를 하도록 되어 있다. 치약의 뒷면에 제품의 전 성분 표시가 되어 있겠으나, 포장지에서는 ‘4가지 무첨가 제품’이라든지, ‘단품과 상이한 제품’이란 문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기본법 19조 2항과 3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물품 등을 공급함에 있어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조건이나 거래방법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취재과정에서 A씨가 구매한 세트상품은 L사가 내놓은지 한참 지난 버전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은 “세트구성품에 대한 표시를 어떻게 했느냐가 관건”이라며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용량만 다를 뿐 같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세트상품에 대한 별도의 표시가 없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팀장도 같은 진단을 내렸다. 박 팀장은 “소비자는 겉 포장 정보를 보고 살 수밖에 없다. 뜯고 나면 반품도 잘 이뤄지지 않는데 포장용기에 제대로 표기를 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위상품표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 정보를 오인케 하는 꼼수 표시 사례는 너무 많다”며 “그런데도 대부분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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