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던 소비자 주권, 돌려준다
소비자가 모든 것을 결정, 혜택도 천차만별

현재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해 핀테크업체와의 기술제휴를 모집 중이다. 자료=우리은행 홈페이지
현재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해 핀테크업체와의 기술제휴를 모집 중이다. 자료=우리은행 홈페이지

 

[소비자경제신문 이혜민 기자] #김 씨는 평소 비밀번호를 자주 깜빡한다. 사이트에 로그인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확인할 때면 어김없이 요청되는 본인인증. 자신이 본인임에도 김 씨는 매번 신용정보관리회사로부터 개인정보를 대신 확인받아야 했다.

◇억지로 내어주는 개인정보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금융정보시스템이다. 개인은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의무적으로 정보이용에 동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가 없다. 가입 후에도 개인은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 지 뚜렷이 알 길이 없었다.

금융거래정보나 세금납부, 각종 공과금 내역 등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금융정보는 여기저기 흩어져 한데 모아볼 방법이 없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금융서비스인 뱅크샐러드나 토스 등이다. 이들 서비스는 개인이 등록한 공인인증서를 통해 사방에 흩어진 금융회사 정보를 긁어온다. 여러 장의 카드 사용내역, 각 은행의 잔액 등을 한눈에 제공하지만, 여전히 금융회사 정보를 활용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동의’라는 형식적 절차를 통해, 금융회사가 암묵적으로 개인정보를 독점 중인 것이다.

마이데이터 기반 예상 사업군.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데이터 기반 예상 사업군.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데이터가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는?
알아서 저금리 대출 알려주고, 무료로 맞춤형 서비스 제공받기도
새로운 개념의 금융서비스 시장 열려

 
‘마이데이터’는 금융정보 독점의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다. 마이데이터를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를 어디에 위임할지 선택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때 마이데이터 자체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사업자 별로 각기 다른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개인에 맞춘 대출정보부터 신용카드 혜택 비교, 보험 포트폴리오 제공 등 활용 가능한 부가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기업은 정보 주체의 선택을 받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개인은 선택만 하면 된다. 그야말로 무한경쟁 체제다. 

카카오페이나 우리은행 등은 벌써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들 기업은 기존 사용자 정보와 외부 금융데이터를 결합시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카카오페이는 내부 데이터의 실시간 결합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위비뱅크’를 통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서비스를 추려낼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핀테크 법인 ‘핀크’, 나이스평가정보와 제휴한 핀다, 신한은행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 등도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전세자금 한도조회,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자문, 자산관리 등이 공통적이다. 각기 방식은 다르지만, 소비자의 금융정보를 통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려는 것만은 동일하다. 이들이 소비자에게 얼마만큼 매력적인 서비스를 선보일지에 따라 마이데이터시대의 기업 경쟁력은 새롭게 재평가될 전망이다.

개인사업자나 비금융 전문기업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시장에서 수집한 비금융정보를 기반으로 전문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한다면 대안적 신용평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통신, 전기, 가스요금 등만 성실히 납부해도 신용을 입증 받을 길이 생기는 것. 그동안 4대 보험 가입여부를 따지는 기준에 막혀 대출이 어려웠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소비자의 불편은 최소화하고, 마음에 쏙 드는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 이것이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이다.

 

◇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을 앞둔 10억 원 쟁탈전


미국은 벌써 10여 년 전에 데이터 관련법과 제도 정비를 마쳤다. 미국 내 Top3 안에 드는 마이데이터 기업 ‘민트’는 2006년 설립 당시 30만 명이었던 사용자를 10년 만에

마이데이터 시범 사업 공고.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데이터 시범 사업 공고.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00만 명으로 늘렸다. 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당연히 일자리도 늘었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금융혁명이라 불리는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신용정보법(이하 신정법) 개정안의 통과조차 못하고 있다. 세계적 IT 강국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새로운 시장 진출 준비를 마친 핀테크 업체 또한 신정법 개정안 통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상황. 얼마 전 정부가 마이데이터 사업 정착을 위해 총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발표하면서 덩달아 핀테크 업계는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시범사업단으로 선정된 기업은 10억 원을 지원받으며 마이데이터 사업을 주도할 기회를 얻는다. 현재 거론되는 주체사는 금융서비스 기업 ‘리치앤코’와 뱅크샐러드 운영 기업 ‘레이니스트’ 등이다. 이들은 현재도 자사 앱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개정법이 통과된다면 곧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이전과 다른 체제로 한동안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생소할 수도 있다. 방관해오던 개인정보를 주체적으로 관리하려면 시범 사업을 통한 정착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달리 보면, 누구보다 데이터 경제에 익숙한 것 또한 소비자다. 음악을 들어도, 쇼핑을 해도, 빅데이터는 항상 이용자의 패턴을 분석하고 더 나은 대안을 추천한다. 좋아할 만한 음악이나 상품을 제안하고, 인맥까지 추천하는 세상. 이미 우리는 데이터 경제 속에 살고 있다. 여기에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더해지는 것이 무엇을 더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개인정보 유출, 디지털 침해 등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소비자를 향한 혜택과 기술들이 소비자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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