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수주액 5.5조원…전년동기比 52% 감소
대림산업 유일하게 수주, 보수적 영업전략 강세
금융증권업계 “2분기 양호한 실적 보일 것” 전망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공공사업 예산 삭감 등 내수 시장의 악재에도 해외 건설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주요 건설사들이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성적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내서 내로라하는 5대 대형 건설사 중 대림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1분기에 극심한 수주절벽이라는 현실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기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건설사 해외 수주가 소폭 늘어날 것이라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외 수주 실적은 아직까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3월까지의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약 5조54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주액인 약 11조5504억원에 비교했을 때 52% 줄었다. 이는 지난 2006년 6조128억원을 기록한 이후 13년만에 최저치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5월 싱가포르 남북 회랑 N107 공구 공사 수주 이후 실적이 아직 묘연하다.

2위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미얀마 전력청으로부터 약 12억6383만원에 따낸 수주가 마지막이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9월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점댐 2단계 건설 사업 수주 후 아직 뚜렷한 해외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 5위인 GS건설의 최근 수주는 지난해 12월 싱가폴 NSC N 101 공구 터널공사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건설 ‘빅5’ 중 대림산업이 유일하게 체면치례를 했다. 대림산업은 페트론 말레이시아 정유 플랜트 건설공사(약 1460억원) 수주 소식을 지난 2월 알린 바 있다.

단순 건수별로 비교했을 때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가장 많은 수주를 따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월 1일 중국 연태 현대차 기술연구소 현장 조종성 시험로 증설공사(3억2446만원)에 이어, 같은 달 23일은 현대글로비스 인도 법인에서 발주한 첸나이 글로비스 CKD 신축공사(182억6545만원)를 수주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1분기에 따낸 수주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계열사들의 해외 일감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영업, 기획, 설계 등을 고객에게 제시해 따낸 수주가 아닌 일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 SK건설은 각각 1건씩 해외수주를 따냈다.

우선 시공능력평가 7위인 포스코건설은 멕시코 코아우일라에 짓는 1억달러 규모의 열병합발전소 건설 사업을, 롯데건설은 지난 1월 러시아 모스크바 롯데플라자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SK건설의 경우 지난해 7월 라오스댐 붕괴 여파로 해외 수주 사업 침체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1조원 대 정유저장시설 공사 수주 소식을 전해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제 막 1분기를 지난 상태기 때문에 물이 끓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올해 프로젝트 수주 관련 MOU 진행 건도 상당수 있는만큼 앞으로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수주 추진에 있어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1분기 빅5 중에서 유일하게 해외수주 소식을 전한 대림산업도 다소 보수적으로 수주영업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올해는 영업단계부터 수익성이 남는 선별적 수주를 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올해는 좋게 말하면 내실을 다지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일단 수주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이는 다른 건설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상반기에는 예년에 비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지만, 최근 환경오염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수요가 높아지면서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백광제 교보증권 건설·부동산 분야 연구원은 “기존의 정유·플랜트 해외수주 사업은 사장 분위기인데다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기업과 유럽의 기술력에 다소 밀리면서 해외 수주 시장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틀에서 봤을 때 LNG분야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분야 연구원도 2분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수주가 기대되는 사업이 다수 포진해 있는 만큼,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 연구원은 “해외수주는 1분기 중 모든 건설사가 다소 부진했으나, 알제리 HMD정유·아랍에미리트 GAP·이라크 해수처리시설·사우디 마르잔 가스필드 등 국내 수주가 기대되는 사업이 다수 있어 수주 실적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수주 가뭄에 대해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해외건설협회 김운중 아중동실장은 “산유국들의 재정 수입이 불안정해 지면서 발주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며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최우선 사업 위주로 진행해 불경기가 된 것”이라면서도 “중동 국가의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율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낙후된 기반 시설 개선을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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