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줄이고, 비대면 서비스 늘어나는 무인 점포 창업 '붐'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로봇카페. 홍대 앞에 위치한 달콤 커피의 로봇 바리스타, 비트. 주문, 계산, 제조까지  사람없이 가능하다.(사진=소비자경제)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로봇카페. 홍대 앞에 위치한 달콤 커피의 로봇 바리스타 '비트2E 로봇’. 주문, 계산, 제조까지 사람없이 가능하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혜민 기자] 직장여성 A씨는 금요일 퇴근 후 주중에 쌓인 빨랫감을 챙겨 셀프빨래방을 찾는 것이 주말을 맞이하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처럼 A씨가 이용한 무인 빨래방, 편의점, 카페 등은 이미 우리 일상생활 주변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일상에 파고든 무인 시스템

이마트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의 경우 현재 18곳의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에 50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날의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달콤 커피도 2018년에 처음으로 로봇카페 비트를 선보였다. 운영 1년 만에 비트 매장은 40여 대로 늘어났다. 이달 22일에는 인공지능(AI)를 탑재한 ‘비트2E 로봇’을 새롭게 시연하기도 했다. 달콤 커피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200여개 매장보다 비트로 주문하는 횟수가 10배가량 더 많다고 한다. 이미 서서히 사람 없는 로봇 카페가 현실되고 있는 것이다. 

완전한 무인점포 형태가 아니더라도 고객이 직접 주문하고 결제하는 키오스크(무인결제주문기기)는 이제 흔한 시대가 됐다. 최근 2년 사이 최저임금이 20%가량 오르면서 키오스크 사용량은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일본식 라멘집을 개업한 지 4개월 정도 됐다는 B씨는 “창업 처음부터 키오스크 기기를 들였다”며 “월 대여료를 따져보니 직원을 뽑는 것보다 나았다”고 설명했다.

또 “주방에서 들어오는 주문서만 체크하면 되기 때문에 바쁜 시간에 더욱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키오스크는 1대를 두는 것만으로도 직원 1.5명을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전국 점포 60%에 키오스크(무인결제주문기기)를 도입했다.

KFC는 100% 키오스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일반 커피숍, 식당으로까지 시스템이 확대되는 추세다. 경기불황과 치솟는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까지 감안하면 이제 키오스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자영업자들의 입장이다.

◇“사람 마주치지 않아서 좋아요”…젊은층 ‘언택트’ 문화 반영하는 소비 심리

무인화 선호가 비단 자영업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20~30대 소비층은 오히려 비대면 서비스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을 마주치지 않아서 좋고, 눈치 보거나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는 게 소비자들의 설명이다.

강아지와 산책하면서 매일 무인카페를 이용한다는 행인은 ”일반 카페는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가지 못하는데, 무인 카페는 눈치 보지 않아서 좋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큰 차이가 없어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남 신도시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한다는 한 카페 사장은 “캐시 카우 목적으로 무인카페를 창업했다”며 “본업으로는 쇼핑몰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한 지 1년 정도 됐지만 아침, 저녁으로만 관리하면 되고 수익도 괜찮은 편이라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무인 서비스 선호현상은 ‘언택트(Un-tact)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언택트 현상이란 불필요한 대면 소통이나 접촉을 줄이고 홀로 행동하려는 생활 방식이다. 이런 소비심리에도 반영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만큼 대인 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많아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시나 대학가에는 무인점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언택트 소비 심리를 적극 활용한 곳도 있다. 바로 무인성인용품점이다. 세대가 바뀌고, 성 의식이 변화하면서 성인용품점은 점차 길가로 나오고 있다. 평소 집근처 무인 시스템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신혼부부는 “집 근처에 무인성인용품점이 있지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가끔 데이트하듯 이곳에 들른다”고 말했다. 또 “점원이 있는 성인용품점의 경우, 다가와 설명을 해주는 등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무인점포는 그렇지 않아 마음 놓고 둘러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인건비와 매장 특성, 주변 상권을 고려해 무인 프랜차이즈 카페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사진=소비자경제)
최근 인건비와 매장 특성, 주변 상권을 고려해 무인 프랜차이즈 카페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사진=소비자경제)

 

◇해외에서는 무인 택배, 무인 레스토랑 등 상용화 단계

최근 미국과 중국에는 무인레스토랑, 무인배송 시스템까지 도입되는 추세다.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의 경우 2년 전인 2017년 항저우에 무인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서빙, 조리, 계산을 모두 로봇이 하는 곳이다.

소비자는 터치스크린으로 주문을, 안면인식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식당을 나갈 때까지 휴대폰이나 지갑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조리 로봇은 중국 유명 요리사의 레시피를 학습했기 때문에 맛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이제 유명 셰프가 되기 위해 주방을 청소하거나 무채 써는 법을 연습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홀 서빙도 마찬가지다. 서빙로봇은 탑재된 자율운전기능으로 장애물을 피해 안전하게 자리까지 음식을 전달한다. AI 음성기술로 고객과 일정부분 소통까지 가능하니 고객은 이용 방법만 숙지하면 불편할 것이 없다. 음식 간을 입맛에 맞게 선택하는 사소한 부분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서비스 문제로 얼굴 붉힐 일도 사라지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무인 시스템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제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거나 전환하는 것을 업계도 생존 차원에서 선택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임시로 사람을 구하고 계약을 맺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지금도 무인화 점포 기술은 빠르게 발전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인류는 여태껏 겪은 변화보다 다가올 20년간 더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영업자와 소비자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 받을지 말이다. 그 답과 실제는 이제 그리 멀지않은 시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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