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칼럼] 초코파이는 대표적인 국민간식이다. 1974년부터 시판되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7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을 만큼 세계인의 간식이기도하다. 우리에게 친밀한 간식이 된 초코파이는 그맛으로도 유명하지만 로고송으로도 유명하다. 초코파이의 로고송은 1989년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흥얼거리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또 하나 초코파이 하면 로고송과 함께 떠오르는 것, 초코파이 뒤에 붙는 “정(情)”이다.

정(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서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으로 정의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더 많은 가치를 함의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이런 국민감정의 핵심인 정(情)이란 마케팅 덕(?)으로 국민들 모두에게 더 많이 사랑받는 간식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코파이에서 보듯 우리민족에게 “정(情)”이란 말은 무엇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너와 나를 우리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족이면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남에게 까지도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우리들 마음속에 “정(情)”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정(情)”의 문화는 우리사회의 많은 곳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이러한 “정(情)”의 문화는 특정부분에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보험이다.

보험은 “같은 종류의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있는 많은 사람이 미리 금전을 각출하여 공통준비재산을 형성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이것으로부터 재산적 급여를 받는 경제제도” 이다.

이러한 보험시장은 갈수록 그 규모가 확대되어 전년도 생명보험 손해보험을 합하여 7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했고,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험사만하더라도 생명보험협회 정회원사가 22개, 준회원사가 4개, 손해보험협회 정회원사가 15개, 준회원사가 2개, 비회원사가 15개 도합 58개사의 보험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시장의 규모는 금융권에서는 은행 다음으로 크다.

이렇듯 금융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보험시장은 약 40만명에 달하는 설계사 조직으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으로 가정할 때 125명 중 1명이 보험설계사로 활동하고 있고 125명 중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인구를 25%로 가정할 때 경제 활동인구 31명 당 1명이 설계사로 활동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산업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많은 설계사는 과잉경쟁을 불러일으키고, 특정 설계사들에 의해 불완전판매와 분쟁이이 야기되며 분쟁에 따른 사회간접비용의 증대를 초래하고 있다. 설계사의 수급 조절이 되지 않고 과잉되는 것은 보험사들의 영업조직 관리의 구조적인 문제와 보험이란 상품의 특성상 자발적인 선택보다는 권유에 의한 선택이 많은 상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험을 가입할 때 우리에게 다가올 위험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험을 선택하고 설계사들로부터 개별 보험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보험이란 상품이 다른 일반적인 상품과는 달리 무형의 상품이고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험상품들은 설계사들의 상품 권유와 안내에 따라 선택 되어진다. 여기서 설계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우리민족의 고유의 정서인 “정(情)”이 작용한다.

“정(情)”의 문화는 보험을 가입하려는 계약자에게는 설계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자신에게 돌아올 계약의 유.불리 보다는 설계사에게 관계에 따른 금전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게하고, 설계사에게는 계약자의 위험을 관리한다는 생각보다는 계약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한다.

이러한 계약의 형태는 궁극적으로 보험이라는 중요한 위험전가의 수단을 마치 서로의 관계에 따라 주고받는 “정(情)”으로 치부하게 한다. 요즘은 신발하나를 구입하더라도 매장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가격비교도하고 많은 노력을 기우려 최종 구입을 결정하는데 자신의 미래가 달린 보험을 우린 그냥 하나의 관계에 따른 나눔의 산물로 보고 있다.

설계사의 “부실한 설명”, 보험계약자의 “부실한 고지” 이러한 것들이 “정(情)”이라는 범주안에서 희석되고 간과되면서 사고 발생 시 보험본래의 취지인 원상회복을 불가능하게 하고, 보험분쟁을 야기시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간접비용이 늘어나고 그 결과로 보험금의 증가와 보험료의 상승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보험은 초코파이처럼 달콤한 “정(情)”이 아니다. 보험은 초코파이의 로고송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아닌 말할 것은 말해야하고, 들을 것은 들어야하고, 받을 것은 받아야하고, 줄 것은 주어야 하는 정확한 설명과 고지의 합작품인 것이다. 그 어떤 계약보다도 우리들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계약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미래에 발생가능한 위험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위험전가 수단인 보험, 우리들 지갑이 더 이상 얇아지지 않도록 “정(情)”이 아닌 “정(正)”으로 그 시작도 끝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달콤한 초코파이 하나 입에물고^~^ 다시 한번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동의대학교 겸임교수 유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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