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인상 시 부담은 결국 소비자 몫"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과 카드사들은 협상 지연에 따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책임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과 카드사들은 협상 지연에 따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책임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카드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진행 중인 유통업계와 신용카드사 사이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카드사들은 현대 차 등 자동차업계와의 협상을 마무리 하고 지난주부터는 대형 마트들과의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데다 금융당국까지 개입하면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카드 수수료 비용 인상 부담 소비자 전가?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과 카드사들은 협상 지연에 따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책임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카드사들로 부터 수수료율을 올리겠다는 공문을 받고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카드사는 어떠한 해명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유통 업계에는 긴박하게 돌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지만 카드사들은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카드 수수료 비용부담이 심해져 할인행사 등이 줄어 들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물가 전반이 상승한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초 대형마트들은 협상 타결 시점 이후로 새로운 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1일자로 대형마트들은 0.1~0.3%포인트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협상타결 이후 이전 수수료율에 따른 차액을 정산한다는 계획이다.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 등 마트 3사와 수퍼마켓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카드사들은 투명한 산정기준을 공개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례적으로 대형업종의 카드사 마케팅 비용까지 공개하면서 유통업계 압박에 나섰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측은 "업계의 전수적인 비용을 떠나서 개별 사안들을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마케팅 비용의 경우 카드사들간 회원모집 경쟁에 따른 과열경쟁 비용을 가맹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마트 업계에서는 가맹해지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향후 공동 마케팅과 같은 협력이 줄어들면서 고객들이 받을 수 있는 카드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이 문제가 되면 안쓰면 된다"면서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봐야겠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드사 "현대차 수준으로 수수율 내려달라는 건 상생 거부하는 것" 

대형마트들의 반발에 카드사들은 '유통업계 반응을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대차와의 협상 과정 처럼 같은 수준에서 수수료율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라며 "협회 차원에 대응까지 이뤄지면서 양측간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에 비해 대형마트들은 카드사들과 더 관계가 밀접하다. 두 업계는 상생해야 한다"면서 "가맹을 해지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드사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수수료율을 재산정한 게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 후속 실태조사를 보다 이르게 실시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점검은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의 수수료 협상 절충을 위한 것으로 풀이 된다.

이번 점검에서는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게 적격비용 이상의 수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는 "대형 가맹점이 현실적으로 협상력이나 소비자 불편에 의존해 적격비용을 벗어난 수준의 카드 수수료 논의가 진행 되는 것은 바람지 하지 않다"며 카드사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위의 조기 점검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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