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추진 등 위해 5백억원 유상증자 진행…목표액에 미달
북미정상회담 성과 없이 끝나,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家 대거 불참탓

그룹 재건을 추진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범현대가의 미진한 지원으로 고배를 마셨다. 대북 사업 재계를 위해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나, 목표액에 미달한 것이다.
그룹 재건을 추진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범현대가의 미진한 지원으로 고배를 마셨다. 대북 사업 재계를 위해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나, 목표액에 미달한 것이다.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그룹 재건을 추진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범(凡)현대가(家)의 미진한 지원으로 고배를 마셨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최근 진행한 유상증자에서 목표액을 달성치 못하자, 재계에는 현대그룹에 대한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북미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그룹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와 관련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공동 합의문에 금강산관광 재개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더라도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한 원론적 수준의 문구는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그룹은 이번 북미 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될 경우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현대아산이 2000년 북측으로부터 확보한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8년 두차례에 걸쳐 소떼를 이끌고 방북하면서 현대그룹은 국내 대북 창구로 자리잡았으며, 금강산 관광은 같은 해 11월부터 공식화 됐다. 故 정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16일 소떼를 이끌고 방북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8년 두차례에 걸쳐 소떼를 이끌고 방북하면서 현대그룹은 국내 대북 창구로 자리잡았으며, 금강산 관광은 같은 해 11월부터 공식화 됐다. 故 정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16일 소떼를 이끌고 방북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실제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은 지난달 9일 현대아산 창립 20주년을 맞아 금강산에 다녀오면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달려있다”며 “북측이나 우리 모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이 5일부터 이틀간 추진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414억원 모집에 그쳤다. 유상증자 성공에 범현대家의 참여가 필수이었으나,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참여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현정은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모두 참여했고, 현대아산 지분 7%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도 대부분(81%) 동참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전체 금액의 69%에 해당하는 36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다만,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등 주요 주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

실제 현대아산의 2대 주주로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KB증권(옛 현대증권, 4.98%), 현대자동차(1.88%), 현대백화점(1.09%) 등 범현대家로 꼽히는 주요 주주들 모두 이번 유증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아산은 모집 금액을 대북사업 재개 비용(350억원)과 금강산과 개성공단의 시설 개보수(340억원), 개성공단 2단계 준비(10억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중권가 한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6년만에 실시한 유상증자가 북미 회담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범현대가의 지원이 지지부진했다“면서 ”북미 회담 성공 수혜주인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과 현대로템 등은 향후 대북사업을 위해서는 현대아산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번 북미 대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이르면 올 상반기 시범 관광도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남북 경협사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이 5일부터 이틀간 추진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414억원 모집에 그쳤다. 유상증자에 범현대家의 참여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이 5일부터 이틀간 추진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414억원 모집에 그쳤다. 유상증자에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家의 참여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두차례에 걸쳐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면서 현대그룹은 국내 대(對) 북(北) 창구로 자리잡았으며, 금강산 관광은 고 정 명예회장이 1998년 10월 두번째 소떼 방북 이후, 현대그룹이 11월부터 공식적으로 진행했다. 다만, 2008년 7월 금상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여기에 세계 해운업황 난조로 현대그룹의 주력이던 현대해상이 2016년 팔리면서, 현대그룹의 경영 실적과 위상은 지속적으로 추락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기본적으로 당국 간 합의가 이뤄진 이후에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분위기에 따라 들뜨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증권가 한 관계자는 “이번 회담 결렬에 따른 현대그룹의 체감 충격지수는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2000년대 초 펼쳐진 경영권 다툼으로 범현대家 관계가 여전히 소원한 점도 이번 유상증자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으로 계열 분리된 이후 사이가 멀어졌다. 범현대가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아산이 종전 5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동안 현대 이들 범현대가는 한번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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