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빅3’ 매출 20% 늘고도 영업·순익 40% 각각 급감
원유·제품가 안정으로 정제 마진 낮아…올해 지속 전망
“사회·경제 등 국제 정세에 민감…가격 조정 변수 상존”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세계 주요국의 경제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대한민국 경제만 하락세를 기록했다. 자동차에 이어 지난해에는 정유업계도 고꾸라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각각 발표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등 정유 ‘빅3’의 지난해 잠정 매출을 본지가 합산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3사는 지난해 모두 116조3372억원의 매출로 전년(97조3725억원)보다 19.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들 3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조9913억원, 2조6716억원으로 39.5%(2조6053억원), 44.7%(2조1581억원) 급감했다.

이들 3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다소 선방했으나, 4분기 실적이 크게 줄면서 전체적으로 업종 하락을 주도했다.

실제 S-Oil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전체로는 영업이익 53.4%, 순이익 79.3%의 급락세로 업계 약세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34.2%, 38.3%, 순이익은 각각 20.2%, 51% 크게 줄었다.

지난해 정제 마진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정유사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원유를 사다가 정제한 다음 석유제품을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국제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이 모두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이들 3사가 큰 재미를 못봤다.

실제 지난해 두바이유의 평균 현물 가격은 배럴당 69.7달러를 기록했으며,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장에서 배럴당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은 각각 74달러와 84달러로 파악됐다. 원유와 제품 가격차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국내외 유가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2012년에는 배럴당 두바이유가 109달러, 싱가포르 시장에서 휘발유가 120달러, 경유가 128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12년 국내 석유제품은 562억달러어치가 수출돼 전체에서 10.3%의 점유율로 수출 품목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모두 463억5000만달러어치가 수출되면서 7.7% 비중으로, 4위로 추락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를 포함해 석유제품 가격이 지난해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다 보니 정제마진이 높지 않았다”면서 “올해 역시 원유 등 석유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황 회복은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석유가격이 국제 정세에 민감한 품목이라, 향후 정치, 사회적 변수로 가격 조정은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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