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반도체산업 올해 치킨게임 대두...M&A 등 사업다각화로 돌파구
鄭, 미래 자동차사업에 50조원 투자...그룹내 악재 해결능력 보여야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올해 나란히 경영능력 검증대에 올랐다. 올해 이 부회장이 ‘시험대’에 오른 반면, 정 부회장은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 다소 차이가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4년 상반기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병으로 쓰러진 이후 빠르게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면서 이미 경영능력 검증을 마쳤다. 실제 이 부회장은 2015년 연결기준 매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00조6535억원, 26조4134억원, 19조601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데 이어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각각 243조7714억원, 58조8867억원, 44조3489억원으로 3년 전보다 21.5%, 123%, 132.7% 초고속 상승했다.

이 부회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함께 그동안 세계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고점을 찍고 올해부터 숨고르기에 들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게다가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D램보다 먼저 가격하락이 시작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예상되는 점도 이 부회장에는 악재이다.

치킨 게임은 2대의 자동차가 마주서서 돌진하는 시합으로 정면충돌을 피하는 쪽이 진 것으로 판정한은 담력겨루기 시합이다. 경제에서는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경쟁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지속적으로 내릴 경우, 삼성전자 역시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공급을 늘려 치킨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공급량을 늘리고, 가격을 내리면 경쟁업체들도 같은 전략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가 올해 치킨게임에 들어갈 경우, 삼성전자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업계가 올해 치킨게임에 들어갈 경우, 삼성전자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그는 이어 “2000년대 후반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으로 시장이 재편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역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자신만만하다.

그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에서 “(시장 상황이)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 진단이다.

이 관계자는 “초격차 전략으로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는 공고하다”면서 “삼성전자는 자사 역시 피해가 예상되는 치킨게임 대신 적극적인 재고 해소와 공급조절을 통해 하반기 업황 회복기를 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최대 20% 급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메모리반도체의 수익성 방어 전략으로 설비 증설 대신 인프라 중심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최근 표명했다. 이는 공급물량을 늘리지 않는 대신 공급조절을 통해 가격 하락을 막고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로 수익성을 다각화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칩 위탁 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합병 하는 수익성을 다각화를 추진한다. 삼성전자 기흥 사옥.
이재용 부회장은 칩 위탁 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합병 하는 수익성을 다각화를 추진한다. 삼성전자 기흥 사옥.

우선 이 부회장의 레이더에 잡힌 기업이 세계 3위 칩 위탁 생산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중 하나인 파운드리는 미국 퀄컴과 영국 ARM 등 팹리스 업체들로부터 설계를 받아 생산만 담당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으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기업 ATIC가 지분 90%를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8%로 대만 TSMC(50%), 삼성전자(15%)에 이어 3위 수준이다.

ATIC은 글로벌파운드리가 자국 산업과 시너지를 낼만한 사업군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보유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부회장과 최근 두번 만난 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 역시 이 부회장에게 글로벌파운드리 지분 매입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예상된다”면서도 “최근 공격적으로 반도체사업을 펼치고 있는 중국 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

2015년 말 자사의 고급브랜드를 제네시스로 정하고, 제네시스 EQ900 출시와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추락한 위상을 올해 회복해야 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경기가 다소 회복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현상을 보이면서 2013년부터 현대차도 덩달아 추락했다.

사상 최고 실적을 보인 2012년 현대차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8조4406억원, 9조611억원 이었으나, 2015년에는 각각 6조3579억원, 6조5092억원으로 3년새 24.7%, 28.2%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9%(84조4697억원→91조9587억원) 늘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에 나선 이후 지난해까지 실적 하락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각각 2조4222억원과 1조6450억원으로 3년 전보다 64.7%, 74.7% 추락했다. 이 기간 매출은 5.8%(5조2929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정 부회장이 그룹의 수석부회장으로 자리했고, 최근 현대차 이사회가 정 수석부회장을 정몽구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로 의결했기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명예회복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정 회장이 22일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 직을 사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 수석수부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 진단이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최대주주이며, 정 회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3월까지이다.

그 동안 의사 결정권이 없던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진정한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불거진 그룹 내 악재도 정 수석부회장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5년 11월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그동안 경영 실적은 기대 이하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5년 11월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그동안 경영 실적은 기대 이하이다.

현대차는 최근 협력업체 특허기술 유용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 패소했으며,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 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에 주주제안을 제시하는 등 경영간섭에 나선 점도 정 수석부회장이 극복해야 한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으며, 현대제철 외주업체 직원 사망사고도 정 수석부회장을 시험하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며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가의 전통인 ‘뚝심’ 경영으로 이들 악재를 정면 돌파할 수 있을 지,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우선 실적 회복을 위해 2023년까지 5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단행하고, 미래 전략차인 자율주행차와 수소차 상용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가의 전통인 ‘뚝심’ 경영으로 그룹 내 악재를 돌파할 수 있을 지,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가의 전통인 ‘뚝심’ 경영으로 그룹 내 악재를 돌파할 수 있을 지,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정 부회장은 같은 목적으로 신입 직원을 상시채용으로 선발키로 하고,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종전 현대차는 단계적으로 상시채용을 확대하다, 올해부터는 상시채용으로만 신입사원을 선발키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상시채용은 필요한 인원만 선발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지난 6년간 실적 악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경영비용 가운데 인건비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발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의 3세 경영이 올해 검증대에 다시 오를 것”이라며 “올해도 국내외 경기가 불투명한 만큼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진정한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상시채용이 채용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 현대차가 10대 그룹 최초로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을 도입한데 이어, 주요 기업도 상시채용을 확대하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8월 상장사 571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신입 채용 방식’을 조사한 결과에 다르면 대기업의 2019년 수시채용 계획은 전년 11.8%에서 21.6%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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