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진행 가속…이사회, 현대차 4인대표이사 체제의결
정회장, 22일 주총서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임 표명 가능성 커

(왼쪽부터)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간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현대차)
(왼쪽부터)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간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현대차)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정몽구 회장이 경영권을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에게 조속히 이관해야 합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의 말이다.

김 교수는 최근 소비자경제와 통화에서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 삼성과 SK, LG 롯데 등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역성장세가 가파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3년은 우리나라 경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됐다, 다시 경기 침체에 빠진(더블딥) 시기이다. 실제 2013년부터 국내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줄었다.

2010년대 초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현재 지분율만 소폭 변했고, 큰 틀에서 지배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금감원)
2010년대 초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현재 지분율만 소폭 변했고, 큰 틀에서 지배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금감원)

 

이로 인해 현대차의 영업이익(8조4406억원)과 당기순이익(9조611억원) 역시 사상 최고를 보인 2012년대비 지난해 실적은 각각 71.3%(6조184억원), 81.8%(7조4161억원) 급락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부분이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면서 그룹의 전체 매출이 지난해 97조원을 넘었다”면서도 “원달러 환율하락과 신흥국 통화 약세 심화 등 외부요인과 자동차 외 부분의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비용 증가 등 내부요인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해 정몽구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정 수석부회장 체제로 그룹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최근 이사회를 갖고 정 수석부회장의 신규 대표이사 선임 추진 등의 안건을 의결한 것이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내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이 조만간 경영 승계를 마무리 하고,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점은 서울 역삼동 사옥에서 22일 개최되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가 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 예상이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임기가 올해 3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우호지분 등을 포함해 현대모비스를 장악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그룹을 총괄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 사옥.
정 부회장이 우호지분 등을 포함해 현대모비스를 장악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그룹을 총괄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 사옥.

 

현재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대주주(지분율 21.43%)이며, 현대모비스의 대주주는 기아차(16.88%), 기아차의 대주주는 현대차(33.88%)이다.

정 회장과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모비스의 지분 6.96%와 0.67%를 갖고 있으며, 이중 글로비스는 정 부회장(23.29%)의 지분이 가장 많다. 정 회장도 글로비스 지분 6.71%를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기아차의 지분 1.74%를,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을 각각 5.3%, 2.3% 소유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정 회장이 사임을 표명할 경우, 우호 지분을 포함해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에 대한 영향력 강화된다. 정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총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 풀이다.

아울러 정 회장의 현대차 대표이사 임기 역시 내년 3월 종료되고, 81세의 고령으로 2015년 말부터 경영에 나서지 않고 있어 정 부회장 체제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게 재계 한 관계자의 분석이다.

정 회장이 지난해 3월 현대건설의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5년부터 정 회장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이후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이 매년 말에서 익년 초에 세계 주요 법인을 돌며 가진 현장경영과, 역시 매년 중반 서울 양재동에서 주재하는 주요 법인장 회의를 각각 직접 주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게 되면, 향후 실적 회복세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정 부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게 되면, 향후 실적 회복세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여기에 정 회장이 전략 차량 출시 행사장에 종종 얼굴을 보였지만, 2015년 11월 자사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EQ 출시 행사부터는 정 부회장이 신차 출시 행사도 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세계 권역본부 설립을 완료하고 사업경쟁력을 고도화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정 부회장 체제를 강화하는 포석인 셈이다.

김 교수는 “2015년 이후에도 정 회장은 그룹의 주요 사안을 보고받고, 직접 결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주요 재벌 기업들이 모두 경영승계를 마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도 3세 경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싣기 위해 이번에 현대모비스를 떠날 수 있다”며 “지난해 9월 정의선 그룹총괄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상황을 모른다. 22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마쳐야 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주총 안건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회장은 2016년 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국회에 모습을 비춘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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