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폭리, 판교 공공임대아파트 1천900세대 시세차익 1조원 훌쩍
“공공성 역행” 지적에 “시세차익 서민 주거 안정에 쓰여”로 맞받아

LH가 당초 설립 목적인 공적 임대주택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을 오히려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신임 사장 선임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립 목적인 공적임대주택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을 오히려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신임 사장 선임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연합회 김동령 대표는 최근 <소비자경제>와 통화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판교지역의 10년 공공임대아파트 1880여세대를 시세 감정가로 분양할 경우 1조원대의 시세차익을 취할 것이다. 이는 LH가 공공성을 스스로 역행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LH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과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를 통해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 산정기준의 개선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현재까지 8차에 이르는 집회와 각종 1인 시위 등을 통해 LH 공공임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임차인들은 분양 당시 가격에서 적정한 이자를 보탠 수준으로 분양 전환을 기대했지만, LH가 입주 당시 계약서에 못 박힌 ‘분양하기로 결정한 날을 기준으로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당해 주택의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금액으로 선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던 취약 계층 입주민들은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 서민 주거 안정 도와야 할 LH, 집장사에 혈안

그동안 민간 차원의 요구가 정당 차원으로 확산된 이번 토론회에서 윤성인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표준임대료 항목인 감각상각비, 수선유지비, 화재보험, 제세공과금 가운데 화재보험료를 제외하고 최초 입주자모집공고에서 확정되는 금액인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연 5%씩 규정해 놓았다”며 “이를 근거로 건설사들이 매년 임대료를 증액하기 때문에 최초 임대료와 10년 뒤 임대료가 50% 이상 차이가 발생하고 사실상 그 차익을 건설사들이 다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규정의 애매모호함도 지적했다. 5년 공공임대는 분양전환 가격에 산정되는 택지비를 입주자 모집공고 당시로 규정했으나 10년 공공임대는 ‘분양전환 가격은 감정평가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만 규정해 택지비 시점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성남 판교에서 올해 9월 분향 전환을 앞둔 산운마을 11단지와 12단지, 봇들마을 3단지 등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붙어 있는 플랭카드가 서민 주거 안정에 역행하는 LH의 행태에 성남 민심을 나타냈다.

산운마을 11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10년 전 시세는 24평 기준으로 분양가가 2억8000만원에서 2억9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매매가가 8억으로 뛰었다”면서 “차라리 민간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면 그간 발생한 시세차익 5억을 챙길 수 있었을 텐데 시세차익은 커녕 이 사람들(공공임대 임차인) 중에는 분양가격을 다 내면서 살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억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성남 판교 가봤더니….

그는 이어 “임차인이 통상적으로 신도시의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특징과 10년 공공임대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0년 공공임대 한 임차인은 “결국 주변 인프라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시기에 신도시에 입주해 남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라며 “지역 상권을 일궈 놓으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무엇이 다르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임차인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LH관계자는 이와 관련, “10년을 거주한 후 분양을 받을 지, 10년 간 안정적인 임대료를 내고 거주를 하다 필요에 의해 다른 아파트를 구입해 이동하든 임차인의 선택”이라며 “정책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임대아파트다 보니 공급할 때나 분양전환  시나 본인 의사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간 발생한 시세 차익을 LH가 가져간다는 지적에 대해 “발생한 시세차익을 일반 사기업처럼 경영주가 가져가는 게 아니라 공공임대 사업에 환원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반면, LH가 10년 공공임대 입주자를 모집할 당시 ‘10년 동안 편안히 살다 10년 뒤에 내 집 된다’는 주제를 내건 점을 감안하면, 이를 믿고 입주했다 내몰릴 처지에 놓인 임차인이 한둘이 아닌 만큼 LH가 서민 주거 안정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않다는 게 업계 이구동성이다.

◇ LH 차기 수장에 관심…“서민 주거 안정·주거 공공성 이해 바탕돼야”

이같은 LH의 공공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LH 박상우 사장의 임기가 이달 말로 종료되면서 신임 사장에 대한 관심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

차기 LH 수장 후보로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과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 전 사장, 김재정 국토부 전 기획조정실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공 전 시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남고와 경희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행정 전문가이며, 변 전 사장은 주택 정책에 정통한 전문가로 이름났다.

국토부 요직을 두루 거친 김 전 실장도 유력한 후보이다. 그는 2016년 취임한 박상우 사장은 물론, 이재영 전 사장(2013∼2016년) 등 종전 LH 수장 자리를 국토부 출신들이 꿰찼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국토부 출신인 김 전 실장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성남 판교 일대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달라는 임차인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LH와 국토부를 질타하는 내용이 담긴 플랭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소비자경제)

박상우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박 사장은 7일 이뤄질 현 정부의 개각에서 국토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으나, 현재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신임 장관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로 최정호 전북 정무부지사가 거론되고 있어서 이다.

LH는 차기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이다. LH는 1월 임원추천위원회(추천위)를 구성하고 지난달 7일부터 15일까지 차기사장 후보를 공모했다.

이르면 이달 안으로 신임 사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임추위 구성이나 구체적인 진행 사항은 파악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신임 사장 절차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내부 직원들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돼야 할 LH가 신임 사장 선출에 있어서도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LH의 공적 책임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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