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광고법 위반에 음용부적합 제품까지 버젓이 판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생활수 필터 전문업체의 잔류염소까지 걸러준다는 필터 제품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료=소비자경제)

깨끗한 물 음용과 사용에 대한 필요도가 높아지면서 사용량이 증가하는 각종 정수기와 연수기, 필터 제품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 

<# 사례1> 
분당에 거주하는 소비자 이모씨는 주방 녹물과 염소를 제거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1년여간을 사용하고 음용까지 해 온 D사의 주방 싱크대 필터 제품이 전혀 필터링을 못하고 있다며 본지를 통해 제보해 왔다. 

이 씨는 “타사제품보다 필터 가격이 비쌌지만 녹물과 염소를 모두 제거해 요리에 사용해도 된다는 광고를 믿고 구입했으나 직접 염소 시약을 구매해 테스트해본 결과, 필터링이 전혀 안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그는 “혹시나 싶어 새 필터로 갈고 다시 검사해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이씨가 구입한 D사의 싱크 필터 고급형에는 분명 녹물, 이물질, 잔류 염소를 제거해 준다고 표기돼 있다. 그러나 염소시약으로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사진= D사 홈페이지)
소비자 이씨가 구입한 D사의 싱크 필터 고급형에는 분명 녹물, 이물질, 잔류 염소를 제거해 준다고 표기돼 있다. 그러나 염소시약으로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사진= D사 홈페이지)

실제로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해당 가구에 직접 찾아가 필터기를 착용한 수도꼭지에서 받은 물에 염소 시약을 떨어뜨려 반응을 살펴봤더니, 금 새 수돗물과 똑같은 농도의 노란색으로 변했다.

해당 업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도 취재보고 서면 질의도 보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다. 

다만 소비자 이씨가 업체 고객센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당시 통화한 녹취에 따르면 업체 관계자는 “염소 제거가 안됐다면 (소비자가 구입한) ‘고급형’보다 더 고가의 ‘최고급형’ 이나 염소만 제거해주는 다른 고가의 제품을 사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이에 소비자가 “그러면 고급형에도 염소 제거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적는 것은 과대광고가 나니냐”고 따져묻자, “판매자 입장이다 보니 과도하게 표기를 한 부분이 있다”고 실토했다. 

소비자 이씨는 “처음에는 필터를 교체한 지 오래돼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가 다음에는 정수처리장이 가까워지면 그럴 수 있다는 둥, 여러 가지 핑계를 대다가 결국 본인들이 과대광고를 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속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제보해 온 이유를 밝혔다. 

D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염소의 유해성을 설명하며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출처=D사 홈페이지)
D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염소의 유해성을 설명하며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출처=D사 홈페이지)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필터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능이 저하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거짓 광고 또는 과대광고에 해당하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부당한 표시 광고신고서를 다운받아 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허위ㆍ과장의 표시 · 광고하거나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ㆍ광고, 비방적인 표시ㆍ광고 등을 위반할 경우 매출액의 2% 범위 내의 과징금 부과 받거나 매출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5억원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벌칙으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공정위는 지난 1월 '주된 표시·광고에 포함된 제한사항의 효과적 전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광고를 할 때는 성능이나 효과 등이 발휘되는 제한사항을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표기해야한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제품에는 이에 염소 필터링의 효과가 발휘되는 제한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기재돼 있지 않다. 

<#사례2> 

소비자 김모씨는 B사의 직수형 정수기를 지난해 1월부터 사용해왔다. 정수기 물이 음용수 부적합을 받아 해약을 요구하자, 업체측에서는 계약 해지금을 내야한다고 했다. 

김 씨는 정수기에서 녹물 색깔의 물이 나와 전문기관에 의뢰해 본 결과, 음용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업체측에서는 정수기 렌탈 계약을 해지하려면 계약해지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출처=소비자제공)
김 씨는 정수기에서 녹물 색깔의 물이 나와 전문기관에 의뢰해 본 결과, 음용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업체측에서는 정수기 렌탈 계약을 해지하려면 계약해지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출처=소비자제공)

김씨는 “온가족의 먹는 물을 책임지는 정수기에서 갑자기 녹물색깔의 물이 나와 고객센터에 연락했다”며 “이후 전문검사기관을 통해 검사를 받아본 결과, 일반세균이 640으로 음용수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정수기 업체측에서는 그냥 쓰던지 계약해지금을 더 내고 해약해야 한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내 돈으로 물검사를 외뢰해 세균은 세균대로 나오고, 그동안 모르고 마신 물을 생각하면 건강도 걱정되고 속상하다”고 호소했다. 

소비자법에 명시된 품목별 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렌털서비스업의 경우 이물질 혼입이나 수질 이상이 발생한 경우 제품을 교환받거나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B사 관계자는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문제제기를 하자  “이런 경우는 특수한 경우여서 계약해지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물검사 기관이 얼마나 공인된 기관인지 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 김씨가 물검사를 의뢰한 워트랩생활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국가에서 먹는물 검사기관으로 공인인증 받은 기관으로 법규에 의한 기준대로 검사를 진행하며 임의대로 하는 검사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은 “정수기 물이 음용수 수질 기준에도 못미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제품은 팔려서도 안 될 뿐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라면서 “건강·위생과 관련한 문제인 만큼 쉽게 넘겨서는 안될 일”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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