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침대 상담 작년 3251건에서 2만6698건 7배 급증

엄재식 원안위원장.(사진=연합뉴스)
엄재식 원안위원장.(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신혼 때 비싸게 주고 산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된 것도 화가 나는데 해를 넘기도록 매트리스 수거를 안 해가서 아직도 집 베란다에 두고 살아요. 그런데 대진침대 사이트에는 리콜 완료로 떠 있고요···.”

 마포구에 거주하는 신가영(가명, 38세)는 <소비가경제>를 통해 애물단지가 돼버린 침대 사진을 보내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신 씨는 “라돈검출된 매트리스를 버릴 수도 없는데 대진침대 측은 아예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라돈침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 대진침대의 리콜 조치가 지연되자, 결국 우정사업본부의 인력까지 동원에 일제 수거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수거를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소비자가 존재하는 것.

신모 씨는 여전히 수거해가지 않은 '라돈 침대'를 베
신모 씨는 여전히 수거해가지 않은 '라돈 침대' 매트리스를 베란다에 두고 생활하고 있다. (출처=소비자 제공)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침대 상담은 전년 3251건에서 2만6698건으로 7배가량 급증했다. 대진침대 라돈 검출 보도 이후 타사 제품에 대한 공포심과 대진침대 집단분쟁 조정 관련 보상 절차 상담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진침대는 지난해 24일부터 자산소진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매트리스 교환을 중단했고,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위원회의 매트리스교환과 위자료 30만원 지급 조정안 결정에도 불응했다. 소비자원의 조정안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특별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진침대는 매트리스 교환과 수거한 제품의 폐기 비용으로 유동자산의 기초로 마련한 180억원을 거의 다 소진한 상태다. 게다가 회사 소유 부동산의 가압류로 현금 자산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퇴사해 사실상 부도나 마찬가지 상태다.

라돈 공포의 불씨를 지핀 대진침대의 리콜 조치가 문제점을 드러낸데다 미국 씰리침대의 한국지사인 씰리코리아컴퍼니 제품에서 라돈이 검출되자, 소비자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추세다. 소비자 불신과 불만의 화살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향하는 모습이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최모 씨는 “씰리침대를 사용하는데 리콜 대상은 아니지만 불안감에 개별적으로 라돈측정기를 빌려 측정해 보았다”고 말했다. 원안위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유보연(42세) 씨는 "침대를 바꾸어야 하는데 어떤 업체의 침대를 구입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만약 문제가 생겨 업체가 리콜을 한다 해도 이에 대한 전수조사도 이뤄지지 않는 등 관리실태도 허술한 것을 보니 어떤 업체의 침대를 믿고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신을 표명했다.

작년 '라돈침대 사태'를 일으킨 대진침대에 이어 씰리침대 제품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13일 해당 업체에 수거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작년 '라돈침대 사태'를 일으킨 대진침대에 이어 씰리침대 제품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13일 해당 업체에 수거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사진자료=씰리침대)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원안위에 대진침대 미수거 매트리스에 대한 추가 수거 계획과 매트리스 리콜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 등을 질의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은 듣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라돈침대' 사태와 관련해 소관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강정민 전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추가로 관련 자료를 보충해 추가 고발을 검토중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은 “원안위가 2014년 자체조사를 통해 침대 매트리스 안쪽에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가 함유된 사실을 알고도 피폭량 측정이나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원안위의 책임이 크다”며 “대진침대처럼 부도로 소비자 보호를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일부 제품에만 적용되는 리콜보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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