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은산분리 설립 취지 훼손 비판 회의적 반응

신한금융그룹에 이어 하나금융그룹이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은산분리 완화까지 무리하게 추진해가며 시행하려던 처음 취지와는 딴 판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신한금융그룹에 이어 하나금융그룹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은산분리 완화까지 무리하게 추진해가며 시행하려던 처음 취지와는 딴 판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3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한 달여 앞두고 하나금융그룹이 SKT·키움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착수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앞서 신한금융이 11일 간편 금융서비스인 '토스'를 제공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컨소시엄에 맞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미 인터넷은행에 참여한 KB금융그룹(카카오뱅크), 우리금융그룹(케이뱅크)에 이어 신한금융, 하나금융까지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인터넷은행이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예견했던 일"이라며 "지금 추세로 간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니고 인터넷 뱅킹이 되는 셈이고, 하나의 자회사에 머물 것이다. 이렇게 추진될 것이었으면 굳이 은산분리 완화까지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완화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참여연대 관계자 역시 “기존에 은행들은 온라인 서비스 기능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추가로 설립이 되더라도 기존 인터넷은행에도 위협이 안 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은 아직까지 자리 잡기에는 자본금이 들어가는 구조다보니 향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설립된다 해도 더 이상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아직은 인터넷은행 고객이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이 주 고객층이어서 수익성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인터넷기반의 빅데이터를 보유한 인터넷 기업들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호응이 저조하자 은행들이 눈치 보기 식으로 진입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존 시중은행들의 기득권만 더 강화해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기존 시중은행들의 기득권을 분산시키고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을 가졌던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시중은행들이 인터넷 은행들에 대응하기 위해 점차 비대면 영업을 늘리고 이자를 우대해 주는 등의 방식으로 경쟁해 온 것인데 기존 시중은행들끼리의 경쟁 구도 하에서는 더 이상의 혁신적인 서비스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 게다가 정부가 주장한대로 고용창출이나 설비투자 규모 확대와 관련해서도 업계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은산분리 완화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까지 외면하며 추진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꺼져가는 가운데, 인터넷 은행의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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