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사고 매년 증가 추세…政, 고정장치 제공 의무화 등 마련
업체, 대부분 개정 고시 알지 못해…소비자원 “고객이 알아서”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김정민 기자] “서랍장 문을 열자,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8살 아이가 깔렸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 모(남) 씨는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된다’는 듯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 씨가 <소비자경제> 제보창을 통해 가구 전도 사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지난 주말 이 씨 집을 취재진이 직접 찾은 자리에서다.

그는 “다행히 8살 아이가 멍만 드는 정도에 그쳤지만 옆에 두돌 된 둘째가 누워 있었다”며 “만약 둘째가 깔렸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가구 상태를 살펴본 결과, 서랍장은 아주 약간의 힘을 가해도 앞으로 넘어질 듯 흔들거렸고 지난번 넘어진 사고로 파손돼 있었다. 옆에 있는 서랍장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바닥이 기울지도 않았다.

이 씨는 “처음에는 그럴 일이 없다며 화를 내던 제조사 측에 증거 동영상을 찍어 보냈더니, 같은 제품으로 바꾸어 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사도 “아이를 크게 다치게 할 수도 있는 서랍장을 또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가구 전도 3년간 133건…가구안전기준 개정고시 하나마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가구전도 위해정보 접수는 최근 3년 간 133건에 달했다.

이를 연도별로 보면 2014년 30건, 2015년 34건, 2016년과 2017년 각각 43건, 2018년 47건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2018년 1월 22일부터 국내 가구업체가 서랍장을 출시할 때 벽고정장치를 부착하고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했다(산업통상자원부 가구안전기준 개정고시 제2017-107호).

개정된 안전 기준은 762㎜ 이상의 어린이·가정용 서랍장의 경우 유아가 매달릴 가능성을 고려해 23㎏의 하중을 적용한 시험에서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

다만, 이 씨는 해당 업체로부터 벽고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회사 측에 연락을 했을 때도 제대로 된 설명은 들을 수 없었으며, 인근 가구 판매점에 고객으로 가장해 방문했을 때에도 벽고정 장치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취재진이 가구 전도 사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가구 판매점 관계자는 “가구 전도 사고는 해외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가구가 넘어질 정도로 가볍지도 않거니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소비자원, 선택은 소비자의 몫…“가구 살 때 꼼꼼히 살펴야”

전문가들은 서랍장이 원목이라 무겁기 때문에 벽고정장치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이 가구안전기준 개정고시 이전에 제작된 가구에 대해서도 가구업체들과 협력해 관련 캠페인을 펼친 이유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벽고정 장치 제공 의무 등에 관한 고시가 의무화 되기 이전에 제작된 가구들에 대해서도 벽고정장치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가구 업체 등과 함께 진행했다”며 “문제가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캠페인 진행 등을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벽고정 장치 제공을 해야 할 의무가 판매자에게 있지만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 가구가 많은데다 서랍장을 옮기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들이 벽고정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가구를 살 때 벽고정장치가 제공되는지, KC 마크와 취급상 주의사항 등이 표시되어 있는지, 서랍을 모두 열거나 약간의 힘을 가했을 때 안정적인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