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실적, 신한 조용병 회장 업계 1위 탈환…KB 윤종규 회장, 4분기 실적서 고배
하나 김정태 회장, 우리금융 제치고 3위 복귀…후배 손태승 “3년내 업계 1위 도약”

[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 최근 국내 금융지주 ‘빅4’가 지난해 잠정 실적을 속속 내놓으면서, 이들 회사 수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중에서 SKK(성균관대) 출신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명암이 갈렸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웃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실적에서 KB금융의 연결기준 매출은 42조544억원으로 전년(31조5394억원)보다 33.3% 급증하면서 업계 1위를 고수했다.

이는 KB금융 매출의 90%를 담당하는 국민은행의 견조한 실적 덕으로,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의 매출 성장세 30.9%(27조78억원→35조3440억원)를 앞질렀다.

조용병 회장과 신한금융 엠블럼.
조용병 회장과 신한금융 엠블럼.

다만, 영업이익에서는 신한금융이 이 기간 4조4994억원으로 2년여만에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2001년부터 업계 1위를 고수했으나, 2017년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업계 1위를 윤 종규 회장에게 내줬다.

지난해 윤 회장이 고배를 마신 데는 국민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들이 4분기에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KB금융 계열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6% 급증한 1조8229억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3억원 손실로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2001년 지주회사 전환 이후 업계 1위를 고수한 신한금융의 조용병 회장은 2년여의 부진을 털어냈다. 조 회장이 지난해 매출에서 윤 회장에 뒤졌지만, 영업이익에서 윤 회장(4조2194억원)을 앞지르며 지난해 3분기까지 뒤지던 영업이익을 4분기에 만회한 것이다.

두 회장의 실적은 4분기에 판가름이 났다. 조 회장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8569억원으로 전년 동기(3368억원)보다 154.4% 초고속 성장했지만, 윤 회장은 같은 기간 60%(8469억원→3401억원) 가량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조 회장은 3조1983억원으로 19.6%(5237억원) 역시 늘었지만, 윤 회장은 3조696억원으로 7%(2004억원) 증가에 그쳤다.

윤종규 회장과 KB금융 엠블럼.
윤종규 회장과 KB금융 엠블럼.

1955년 생인 윤 회장은 1982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1957년 생인 조 회장은 1981년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은행 등 은행권과 비은행 계열사를 비롯해 3200여개의 해외 계열사들이 모두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다양한 포트폴리를 발판으로 올해도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희망퇴직자 등에 대한 1회성 비용 증가와 올해 불투명한 경기를 감안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면서도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52년 생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후배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제치고 업계 3위에 재진입했다. 김 회장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1959년 생인 손 회장은 같은 학교 법합과를 각각 졸업했다.

김정태 회장과 하나금융 엠블럼.
김정태 회장과 하나금융 엠블럼.

김 회장 역시 2017년 우리금융(당시 우리은행)에 뒤졌으나, 지난해 초 3연임에 성공하면서 힘을 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매출 32조5159억원, 영입이익 3조1617억원, 당기순익 2조282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8.7%(7조2584억원), 19.8%(5234억원), 18.5%(3567억원) 각각 급등한 탁원한 성과를 올렸다.

반면, 손 회장은 이 기간 각각 매출 19조9181억원, 영업이익 2조7439억원, 순이익 2조402억원으로 매출은 16%(3조8070억원)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7.2%(5872억원), 33.3%(5101억원) 크게 늘었다.

아직 지주회사로 기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실적이라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손태승 회장과 우리금융 엠블럼.
손태승 회장과 우리금융 엠블럼.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부 금융지주는 명예퇴직 등으로 발생한 비용을 결산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이처럼 비용 처리를 지난해 실적으로 잡는냐, 올해 잡는냐의 차이로 실적에서 소폭 차이가 발생해 (실적이)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지난달 초 우리금융지주를 출범하고 임기 내 종합금융기업 1위 도약을 천명했으며, 그는 이를 위해 올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으로 회사 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손태승 회장은 “지주체제로 전환하면서 상대적으로 은행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방면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창출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명예퇴직 등 올해 발생한 비용을 전년 실적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면서 “은행권은 어차피 비용이 관건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충당금 등에 대한 부담이 적어 자산건선성을 유지하면서 탁월한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7년 말 2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 역시 올해를 제 2도약의 해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KB금융은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갖고 올해 사업에 시동을 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