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교수.
김필수 교수.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김필수 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 학과)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노암 촘스키 같은 존재이다.

노암 촘스키 교수(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가 언어학에서 세계적인 석학이지만, 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적확한 분석과 진단, 대안 등을 제시하면서 촘스키 교수 못지않은 일가견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 교수는 김필수 자동차연수소장을 비롯해, 국내 최대의 국제튜닝행사인 서울오토살롱조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국내 튜닝, 중고차 관련 단체 등의 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관련 산업에서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부처 자문역을 지내는 등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 교수는 2006년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에 등재됐다.

앞으로 소비자경제신문은 김 교수를 정기적으로 만나 자동차 현안을 진단할 계획이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최근 미래 자동차로 부상한 자율주행자동차와 국내 자동차운전면허 제도에 대해 살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최근 자동차전장부품업체 만도가 준상용화 단계인 수준4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는데요.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정도를 6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올해 4단계의 자율주행차가 출시될 예정인데, 2020년 초에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차라고 할 수 있는 5단계가 나올 전망입니다.

-자율주행차가 급부상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역시 부각되고 있는데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자율주행차는 현재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율주행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유치원생 무리와 정면으로 조우한 경우 어떤 판단을 내릴까 하는 것입니다.
인간 운전자라면 본인의 안전보다는 유치원생 무리의 안전을 위해 운전대를 좌측이나 우측으로 꺽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AI는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유치원생 무리를 향해 돌진할 가능성이 높죠.
자율차의 경우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보편화 되면서 일상을 바꾼 스마트폰의 경우 해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율차 역시 정보통신기술(ICT)이 대거 적용되면서 같은 문제에 노출됐는데요.
▲그렇습니다. 실제 자율차는 해킹에 취약합니다. 해킹으로 자동차를 원격 조정해 교통사고로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주변에 흔한 자동차가 인간을 공격하는 흉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다소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자율주행 수준4가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인 점을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사고가 빈번해질 수 있는 거죠.
지금이라도 AI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율주행 기술이나 상용화 경쟁보다 적절한 통제수단을 고안하는 게 더 시급합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급조된 운전면허를 획득한 초보운전자가 많아 역시 교통사고 유발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렇죠? 국내 자동차 운전면허는 합법적으로 13시간 교육에 이론적으로 하루 반이면 취득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종의 살인면허를 13시간으로 취득 가능하다는 거죠.
이명박 정부 당시 50여 시간의 교육이 11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운전면허 간소화라는 명목에서죠. 그나마 다소 시간 늘었지만, 큰 효과는 없습니다. 지난 8년 간 초보운전자가 대량으로 배출된 배경이죠.
이로 인해 중국인들이 자국의 어려운 운전면허 시험을 극복하기 위한 면허관광으로 방한하고 있을 정도이죠. 면허 관광객이 매년 5000명에 이릅니다.
결국 우리나라 운전면허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게 됐죠.

-문제는 폐해를 알고도 수정할 수 없다는 점 같은데요.
▲경찰청도 그 후유증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초보운전자가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많지만, 일반적인 사고로 둔갑되면서 심각성이 흐려지고 있습니다만….
정부가 운전면허 제도를 다시 강화할 수도 있으나, 국민 저항과 여론 등으로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호주는 2년, 독일은 3년이 걸립니다.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많은데요.
▲이들 국가는 예비면허, 준면허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교통안전교육과 운전방법 등을 교육합니다. 운전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제도 강화로 국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죠.
중국이나 일본도 52시간 이상 교육을 하고, 수 주일 동안 합숙을 하면서 면허 취득까지 수개월 이상 걸립니다. 취득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우리와는 완전히 딴판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국내 운전면허 제도가 얼마나 취약하면 최근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공문을 보내 운전면허 취득 제도를 강화해 달라고 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상해시 등 중국의 일부 지방에서는 한국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도 한국의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을 조짐이 감지됐습니다. 향후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운전면허가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017년 국내 교통사고로 사망자 수는 4180여명으로 OECD 국가보다 3배 많았다는 게 후진적인 운전면허의 단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우리 운전문화는 면허제도와 함께 후진형입니다. 급가속, 급출발, 급제동 등 3급이 보편화 됐으며, 2차 사고, 유사시와 화재 시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첫 단추인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교육 시간이 13시간이라 현재로서는 방법을 찾기 어렵습니다.

-끝으로 한 말씀하신 다면요.
▲국내 운전면허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제도 강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제도 간소화 9년차를 맞아 그 심각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경찰청은 2시간 보강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모습입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선진 운전면허제도를 안착시켜야 합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민 재산과 생명 보호를 위해 ‘올해가 다시 시작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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