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佛르노 “파업 지속시 로그 후속 물량 배정 어려워”
32차례 120시간 파업…회사 추정 손실액 6000억원 이상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내수 판매세지속 하락도 힘보태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150만5511대.

이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국내 등록된 르노삼성자동차의 자동차 수이다.

르노삼성의 엠블럼.
르노삼성의 엠블럼.

이 같은 수준의 국내 르노삼성차 고객이 앞으로 사후서비스(AS)를 제대로 받지 못할 전망이다. 아울러 르노삼성차의 중고차 가격도 하락세가 예상된다.

르노삼성차의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차에 최근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지속할 경우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한 물량 배정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는 단순 협박이 아닌 철수 수순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기본급 10만667원과 자기계발비 2만133원 각각 인상, 단일호봉제 도입, 특별 격려금 300만원, 축하격려금 250%, 2교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부터 13일까지 32차례(120시간) 부분적으로 파업을 단행해서 이다.

이로 인해 차량 6000대를 만들지 못하면서 6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 추산이다.

이를 감안해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최근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 시간이 줄고, 새로운 엔진 개발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르노삼성의 신뢰는 추락했다”며 “ 현 상황에서 로그 후속 차량에 관해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산 공장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며 회사와 노조의 각성을 주문했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 지분 7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2010년대 초 내수 판매가 급락하자, 동맹 관계인 일본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부산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는 등 시설 합리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비중은 49.7%(10만7262대)로 파악됐으며, 향후 로그를 생산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이 다양한 항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라인업와 모기업 모델 등으로 승부하면서 내수판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있다. 이는 르노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르노삼성의 성남 수정대리점 모습.
르노삼성이 다양한 항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라인업와 모기업 모델 등으로 승부하면서 내수판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있다. 이는 르노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르노삼성의 성남 수정대리점 모습.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2014년부터 닛산 로그를 수탁 생산하고 있으나, 수탁 계약은 9월 종료된다”면서 “이번 경고는 ‘노조 압박용’이 아닌 르노의 한국 철수를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는 “르노그룹이 고비용 저생산, 강성 노조 등이 진을 치고 있는 한국에서 발을 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로그 후속 물량을 생산성이 뛰어난 일본 등 해외 생산 기지에 배정할 것 이라는 게 이 관계자 분석이다.

아울러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 부진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 하락세가 전년대비 50%에 육박하자, 카를로스곤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은 2012년 중반 방한해 르노삼성 정상화를 위한 투자계획과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다만, 이듬해 하반기 르노삼성의 판매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한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르노의 소형 SUV 캡쳐(QM3)를 들여오면서,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는 회복의 길을 걸었다.

이어 박동훈 부사장은 사장으로 르노삼성을 진두지휘하면서 세단 SM5와 SUV QM5의 후속 모델은 각각 SM6, QM6로 2016년 내놓으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르노삼성이 같은 해 내수 판매에서 전년보다 38.8% 급성장한 것이다.

르노삼성의 선전은 여기까지가 전부이다.

박동훈 전 사장은 2010년대 초중반 르노삼성의 부활을 이끌었다. 박 사장은 부임하자마 QM3를 들여오면서 르노삼성의 회복을 알렸고, 2017년 중반 신형 QM3를 출시한 후 옷을 벗었다. 박 전 사장이 당시 출시 행사에서 신형 QM3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박동훈 전 사장은 2010년대 초중반 르노삼성의 부활을 이끌었다. 박 사장은 부임하자마 QM3를 들여오면서 르노삼성의 회복을 알렸고, 2017년 중반 신형 QM3를 출시한 후 옷을 벗었다. 박 전 사장이 당시 출시 행사에서 신형 QM3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17년 박동훈 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이 회사는 같은 해 9.5%, 지난해 10.1% 역성장 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1월에도 내수에서 전년동월보다 19.2% 판매가 급락했다.

“제한적인 라인업 운용에다, QM3, 클리오, 트위지 등 모기업의 모델 등으로 승부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한 관계자 분석이다.

본지는 이와 관련한 르노삼성의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임원을 비롯해 홍보실 직원 등과 유무선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연결이 되지 않았다. 반면, 본지가 통화에 성공한 르노삼성의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홍보실에 문의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비용 저생산, 강성노조, 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도 “르노삼성은 지난해 철수설에 시달린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과는 달라 한국에서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 10년 정도의 사후서비스(AS) 부품을 확보한 후 차량을 단종한다. 르노삼성이 철수할 경우 당분간 AS에 큰 문제가 업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실제 2010년 초반 국내 진출한 일본 완성차 업체 미츠비시와 스바루가 판매 난조로 철수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는 AS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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