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사 프로그램의 편향성 지적한 편향적 연구에 대해
[기자수첩] 시사 프로그램의 편향성 지적한 편향적 연구에 대해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02.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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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연 기자
권지연 기자

회사 회의실에 살포시 놓인 신문을 뒤적이다 눈길을 끄는 기사를 숙독했다.

조선일보가 11일자 신문 1면에 보도한 ‘지상파 라디오들 文 정부에 주파수’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십 수 년간 라디오에 종사한 기자로서 관심가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이 기사의 골자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친정부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김어준, 김용민, 김재동, 최욱 등 프로그램 진행자가 모두 친정부 성향 인사들로 꾸려졌다는 점도 직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하루 보도로는 성이 안찼는지 12일자 신문에서도 관련 보도를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정부에 충성(?)을 다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미디어오늘의 단독 보도를 통해 해당 연구의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사이트에는 해당 연구결과가 11일 아침 7시 44분께와 오후 12시께 두 차례에 걸쳐 올라왔는데, 조선일보만이 11일 아침 1면 머리기사로 이를 다뤘다는 점은 이미 해당 연구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조선일보의 기사가 의도적이라는 것이 명백하다.

해당 연구의 책임연구원인 윤석민 교수는 11일 오전 본지와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 때에는 시사 프로그램에 정말 많은 문제가 나타났다”면서도 “촛불 혁명을 통해 발족한 새로운 민주 정부 안에서는 비판적이고 자유롭고 공정한 방송이 꽃피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조선일보 기사가 일부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 아니냐는 본지 질문에 “우리 보고서에 대한 내용도 있고, 자신들이 자체 조사한 내용도 있던데 그거야 어떻게 하겠느냐”며 “다른 언론이 좀 더 균형 있게 우리 연구를 다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소 관계자를 통해 “해당 내용을 가지고 논란을 만들려 하는 이들이 있어 발주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연구 내용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윤 교수의 당부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미디어오늘을 통해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연구소 사이트에는 긴 해명 글이 올라왔다.

해명 글에는 ‘연구 내용은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얼마의 연구비를 누구로부터 받았는가라는 비본질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연구의 의의를 훼손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본 연구진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발주처가 조선일보라는 점, 책임연구원인 윤 교수가 학계에서 과거 새누리당 성향의 교수로 정평이 나 있다는 사실 등을 애써 외면하고, 한 번 더 연구 결과를 살폈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 때 사안을 단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논평과 분석 등의 비중이 늘었고, 출연자 직업 등도 매우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졌다는 얘기다.

(출처=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출처=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출처=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br>
(출처=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정당 출연자 비중을 여야로 나누면 공정하게 배분된 편이다(여당 91, 야당 82 중 한국당 51명). 오히려 전체 173명 중 3분의 1 가량이 한국당 의원들이라는 점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는 언론의 습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데 따른 섭외로 풀이된다.

정부 편향성 지수 역시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국정원 정치개입, 세월호 등의 부정적 대형 사건들이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경우 분석기간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긍정적 사건이 있었던 점, 정부 지지율이 차이가 있었던 것 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언급은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문 정부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고 집중 성토 대상이 된 인사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들 중 대다수가 진행자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지난 10년 간 블랙리스트에 올라 밀려났던 이들이다.

언론의 사회적 역할 가운데 중립이나 공평보다 앞선 가치는 진실추구이다. 언론은 순결함으로 최고 권력의 부당함에 맞선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연구 자료를 현 정부 시기에 내 놓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최고 권력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숨은 권력에 맞설 이는 누구인가? 지금 정부 편향적이라며 흠집내기를 당하고 있는 그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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