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포괄임금제 폐지 기업 10곳 중 7곳 반대
참여연대, "포괄임금제는 원래 한정적으로 인정해 주던 것"
포괄임금제 선제적으로 도입한 위메프 "효율적 업무에 긍정"...게입 업계에도 포괄임금제 폐지 바람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일반 사무직, 영업직, 연구개발직 등 다양한 직군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2017년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결과에서 총 195개 응답기업 중 113개사(57.9%)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했고, 82개사(42.1%)는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 근로 등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도를 말한다.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에,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것으로 국내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계약 형태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포괄임금제 적용 직군별로 살펴보면 '일반 사무직'이 94.7%(107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업직'(63.7%), '연구개발직'(61.1%), '비서직'(35.4%), '운전직'(29.2%) 등이 뒤를 이었다. 

포괄임금제에 포함되는 임금항목은 '연장근로 수당'(95.6%), '휴일근로 수당'(44.2%), '야간근로 수당'(32.7%) 등으로 조사됐다.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도입하는 이유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서'라는 응답( 60.2%, 68개사)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임금계산의 편의를 위해서'(43.4%), '기업 관행에 따라서'(25.7%), '연장근로 또는 휴일근로가 상시적으로 예정되어 있어서'(23.0%) 등이 이어졌다. 

이번 한경연 실태조사에서 나타나듯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70.8%(80개사)가 반대했다. 찬성은 29.2%(33개사)에 그쳤다. 

기업들은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하는 것을 반대 근거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어렵다', '실근로시간 측정 관련 노사갈등이 심화될 것' 등이 꼽혔다. 

한경연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불가능한 만큼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 포괄임금제의 금지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를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반대하는 만큼, 다른 방안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처럼 재량근로시간제 대상을 확대하거나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늘리는 등 다른 차원에서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보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영업직, 외근이 많은 경우에만 해당한다”며 “포괄임금제란 기업들이 임의적으로 도입한 것을 한정적으로 대법원이 받아들여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무직의 경우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포괄임금제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대법원 판례였다”면서 “포괄임금제는 사무직에 가장 많이 도입돼 있고, 근로시간을 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 포괄임금제 폐지 선제적으로 시행한 위메프 "효율적 업무로 거래액도 증가, 긍정적"

한편 지난해 포괄임금제 폐지를 선언하고 실행해 옮긴 위메프는 “포괄임금제 시행으로 효율적 근무를 할 수 있어 임직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통계를 내지는 않았으나 근로시간이 가시적으로 줄어 정시 퇴근 문화가 정착했고 포괄임금제 폐지로 야근 수당을 받게 돼 직원들의 실제 급여는 올랐다”면서 “이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진단했다. 

또 "근로시간이 줄면서 부족한 인력 공급을 위해 올 1월 기준 지난해 대비 직원 수가 400명 정도 늘어 1800여 명이 됐다"며 "이런 이유로 거래액도 오르는 등 시너지를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이날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 1월 거래액 역시 지난해 1월보다 43.3% 늘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이는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4분기 온라인쇼핑 전체 거래액 성장률 22.6%를 두 배 가까이 넘어서는 수치"라면서 "아직 영업이익은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으나 영업 손실 액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포괄임금제 폐지로 이 정도 실적이면 어닝서프라이즈(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실적)가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 게임 업계도 포괄임금제 폐지 동참 움직임 

이번 한경연이 조사한 600대 기업에는 속하지 않지만 야근이 많은 게입 기업들 사이에서도 ‘포괄임금제 폐지’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펄어비스가 2017년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지난해 7월 위메이드, 10월 웹젠이 포괄임금제를 선제적으로 폐지했다. 이어 올해 초 네오플과 EA코리아도 포괄임금제 폐지를 선언했다. 이처럼 선제적으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시행하는 기업들에 경영계의 이목이 쏠릴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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