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사고 파는 행위 신중해야, 반면 배경도 살펴야"
탈퇴 안하면 수의사 자격박탈 협박 공문까지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올해 초 서울시수의사협회가 국내 최초 반려동물 소셜커머스 ‘마이펫플러스’와 제휴를 맺은 동물병원들에 탈퇴 종용 공문을 발송하는 갑질에다 수의사 자격 박탈하겠다고 협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이펫플러스(대표 이찬범)는 "반려동물 진료·수술권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협회는 "‘고객 유인행위’일뿐, 동물권을 저해하고 과잉진료를 부축일 수 있어 오히려 소비자의 권리까지 박탈할 수 있다고 맞서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  

◇ 소비자 위한 ‘가격비교’ vs ‘유인행위’ 상술일 뿐 

마이펫플러스는 2017년 지역별 동물병원 진료비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공개하고 소비자가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국내 최초 반려동물 소셜커머스로 이목을 끌었다. 현재 전국 동물병원 100곳이 마이펫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있다. 마이펫플러스는 제휴를 맺은 동물병원에서 소비자들이 결재를 할 때마다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마이펫플러스를 창업한 이찬범 대표는 “동물 유기의 원인 중 하나가 의료비 부담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동물 병원 의료비는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소비자가 동물병원비를 저렴하게 이용하고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고 그 취지에 공감하는 수의사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사이트에 가입한 동물병원들은 비교적 낮은 진료비를 책정해 놓았다. 

예를 들어 보통 동물병원에서 암컷의 경우 40만원 이상까지 받는 중성화비용을 9만원 대로 책정해 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10세 이하 5kg이하 강아지를 기준으로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돼 소비자 혼란도 최소화 하고 있었다. 

그런데다 기존 동물병원 진료비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지 않아 적정 수준의 비용으로 반려동물의 진찰을 받을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동물병원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수의사회는 단순 가격 비교 사이트가 아니라 쿠폰을 발행하는 사이트여서 이는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수의사회 신 모 전무는 “마이펫플러스의 맹점은 진료 전에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보면 수술까지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이미 결재를 마치고 병원을 찾았기 때문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하게 되고 과잉 진료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과연 소비자를 보호하고 동물 복지에 이바지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이유로 수의사회가 동물병원 원장들에게 보낸 공문에는 ‘계도기간(2019년 1월 21일(월)까지 진료권 거래를 중단하지 않을 시 관계기관에 일괄 행정처분(수의사 면허자격 정지)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한마디로 마이펫플러스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의사면허를 박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특별시수의사회사 마이펫플러스 제휴 동물병원 원장들에게 보낸 공문.(사진=마이펫플러스 제공) 

서울시수의사회 신 모 전무는 8일 <소비자경제>를 통해서도 “많은 변호사들이 이는 명백한 유인행위라고 판단을 내리고 있다”면서 “주무부서에서 해당 판매 행위가 ‘유인행위’라는 유권해석이 나오는 대로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이펫플러스는 이에 대해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다만 상품권을 올려놓은 수의사들이 처벌을 받는다. 우리는 회원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마이펫플러스 이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바 없다”면서 “오히려 소셜커머스 진료권 판매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반발했다. 

<소비자경제>가 주무부처에 직접 연락을 취해 본 결과, 해당 부서 담당 주무관은 "수의사법에서의 '유인행위'는 의료법과 유사하게 되어 있다"면서 "동물 진료나 사람진료나 비슷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 장소 등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주무부처 담당 주무관에 따르면 의료법에서는 진료비를 할인하는 쿠폰을 발행해 특정 병원으로 유인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번 유권해석 역시 동일하게 내려졌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수의사 면허 정지 사유에 해당된다. 

하지만 담당 주무관은 "서울시수의사회가 마이펫플러스 홈페이지 방문을 통해 결재하는 경우 기존보다 50% 할인해준다는 문구가 있었다고 주장해 유인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봤으나, 현재는 이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광’의 홍석구 변호사는 “서울시수의사회의 해석은 관계 법령에 대한 규정을 잘못 해석해 제기한 민원”이라면서 “여기에는 중대한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으며 수의사법에서 금지하는 유인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소견을 밝혔다. 

홍 변호사는 또 수의사회의 공문 발송에 대해 “업무방해 및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의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동물 유기의 원인 진료비 부담 때문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쟁점 중 하나는 동물 유기의 원인과 진료비의 상관관계다. 

마이펫플러스 이 대표는 “의료비의 적정 수준을 예측하고 비교 선택함으로써 유기되는 동물을 줄여볼 수 있다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창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수의사회는 “유기된 동물들의 특성을 보면 사납고 훈련이 안 되어 있다. 그만큼 보호자와의 유대감이 형성돼 있지 않았던 동물들”이며 “동물병원 의료비와 동물유기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기동물의 발생 원인을 명확히 알기는 힘들다. 다만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기동물의 수도 매년 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이 시급해 진 것만은 사실이다. 2018년 농림축산부가 발표한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따른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10만 2593마리로 지난해 대비 14.3% 늘었다.

동물보호자유연대 최일택 팀장은 “유기한 사람을 찾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유기원인을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면서도 “추정은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반려동물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면, 반려동물을 키울 때 어려움을 묻는 문항에 ‘사회화에 어려움을 겪어 발생하는 갈등’, ‘병원비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반려동물을 키울 때 병원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유기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또 반려동물 소셜커머스의 등장과 관련해서는 “동물의 건강 또는 생명과 직결된 것이므로 의료서비스를 사고 파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런 플랫폼이 나오기까지의 배경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려동물 진료비 공시제 등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언급되고 있으나 번번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수의사회와 단체들이 스스로 의료비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반려동물의 진료권이 전자상거래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없겠느냐는 질문에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고 답했다. 

정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서 동물병원마다 가격차이가 크고 가격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아 불만이 크다"며 "가격 투명성 등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윤리적으로 문제되는 점은 크게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 가격 비교 플랫폼이 나오기까지 수의사협회는 뭐했나?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이 2017년 12월 반려동물을 기르는 5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84.6%가 반려동물 관련해 지출되는 비용 중 ‘의료비’가 가장 부담된다고 답했다. 81.8%는 동물병원 진료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동물병원 193곳의 진료비 편차가 항목에 따라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소비자경제>가 직접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을 만나봐도, 반려동물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2년된 푸들을 키우는 견주는 "어떻게 병원비가 책정되는지, 이것이 합리적인 비용인지는 알 길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소비자경제)

송파구에서 2년 된 푸들을 키우는 견주는 “보통 주사 한 대 맞고 3일치 약 지으면 4-5만원이 들어다지만 어떻게 병원비가 책정되는지, 이것이 합리적인 비용인지는 알 길이 없다”면서 “의료보험이 안 돼서 비싸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유기됐던 요크셔테리어(5년)를 가족으로 맞이한 정0혜 씨는 “다행히 동물병원 원장이 유기견이라고 특별히 저렴한 진료비를 받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부담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토끼를 길렀던 적도 있는데 1초도 안 걸리는 눈 검사 한 번에 특수동물이라는 이유로 2만원을 받았다”면서 “동물병원비만 줄어도 유기동물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1년된 말티즈를 키우는 박0혜 씨는 이전에 키우던 개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해서 병원에 갔는데 새벽에 데리고 왔는데도 하룻밤에 30만원 정도를 내야 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박 씨는 “당시 진료비 책정 기준을 묻자 병원 원장이 받으라는 룰에 따라 정해진 액수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반려동물 의료비의 적정 수가가 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아지가 아파서 전화로 문의하면 진료비를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와서 상태를 봐야 안다는 말 뿐”이라면서 "이번 논란 역시 지금껏 협회가 소비자권익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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