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영어렵다더니..."

(사진=현대중공업 전경,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사진=현대중공업 전경,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 의사를 표시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빅2'로 재편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약 2조원 규모)에 대한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정부와 대우조선해양 모두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이후 매각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업계에서는 어느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이 2017년 이후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조선업황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은 지금이 인수 추진의 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0년 IMO 환경규제에 따른 LNG선 중심의 발주가 증가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에 강점을 지닌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 1위는 현대중공업그룹(1만1,145CGTㆍ표준화물선 환산톤수)였고 2위는 대우조선해양의(5,844CGT)이었다. 이 둘을 합하면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43CGT)와 3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2014년과 2015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수주절벽에 시달리면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터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만큼의 기초 체력을 회복했느냐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불확실성이 해소돼 긍정적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은 단기 불확실성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DB금융투자 김홍균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주인 없는 회사에서 벗어나 생존가능성이 높아져 긍정적이고,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고 진단했다.  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는 긍정 스토리와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면서도 "비용발생과 대조 인수관련 금액, 시너지, 노조저항 등의 불확실성이 부정요소"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노조측은 그간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구조조정을 했던 회사가 막대한 돈을 투자해 대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이날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2차 잠정합의를 서두른 것도 설 연휴 전 타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우조선 인수 추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면서 "조합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파악할 때까지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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