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공공임대주택 단지 내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 20-30%
대부분이 무주택자, 공공임대주택 살면서 차별도 감수했건만
임차인들, 정신적ㆍ물질적 어려움 호소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원 3천여 명은 지난 26일 청와대 앞에서 7차 집회를 열고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 산정기준을 개선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이 자신들을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원 3천여 명은 지난 26일 청와대 앞에서 7차 집회를 열고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 산정기준을 개선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0년 공공임대는 한국토지공사(LH) 또는 민간걸설사가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공택지에 건설한 주택으로 10년간 월 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분양하는 제도다. 기존 5년이었던 공공임대 주택과 달리 10년 공공임대는 계약서에 못 박힌 ‘분양하기로 결정한 날을 기준으로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당해 주택의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금액으로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2006년 분양당시 분양가 시세가 전용면적 84㎡ 기준 아파트가 3억9000만원 대에서 약 10억원으로 2-3배 가량이 오른 것. 
하지만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처음 도입된 것인데다 너무 복잡해서 감정평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10년 살면 내 집 된다’는 LH의 홍보만 믿고 입주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다 10년 이상 부은 청약주택은 소멸되면서 현행대로 분양이 이뤄지면 그대도 길거리로 나 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하소연이다. 

◇ 임차인들 “우리가 투기꾼이라고요” 

2006년 입주한 김경화(52세) 씨는 “9·13 대책 이후 판교 집값이 1년 새 4억이 뛰었다”면서 “1년 사이에 가격이 너무 뛰어서 이대로 분양이 되면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잠도 못자고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2006년 입주한 김경화(52세) 씨가 <소비자경제>와 인터뷰 중이다. 그는 “9·13 대책 이후 판교 집값이 1년 새 4억이 뛰었다”면서 “1년 사이에 가격이 너무 뛰어서 이대로 분양이 되면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잠도 못자고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진=소비자경제)
김경화 씨가 눈물을 보이자, 시위 현장에 따라나온 7살 조0쁨양도 덩덜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소비자경제)

김씨는 “둘째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학급의 반장이 됐는데 나중에 아이 친구들로부터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반장 시켰다며 학부모들이 항의를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아이가 왜 학교를 안 가려고 했었는지를 나중에서야 알게됐다”며 “내 집 장만도 못할 것을 왜 10년 공공임대에 입주했는지 후회가 된다”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강연경(57세)씨도 “평생 처음 내 집 마련에 대한 소망을 갖고 입주했으나 현실은 LH에 시세차익만을 안겨주는 꼴”이 됐다며 “분양전환은 시세감정가로 하는 것은 죽으라는 것”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김기식(가명, 54세)씨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나도 밤낮없이 일하지만 아내가 마트에서 파트타임 알바를 두 탕씩 뛰며 일을 해도 살림살이는 빡빡하다”면서 “갓 대학을 졸업한 딸과 군 제대를 앞 둔 아들 시집장가도 보내야 할텐데 너무나 막막하다”며 마른 침을 삼켰다. 

김 씨는 아파트 입주민들끼리 운동도 하며 그야말로 이웃사촌처럼 지냈다고도 했다. 지금껏 내 집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나오게 되면 삶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이어서 직장을 나오더라도 집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또 작년 1월 1일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입주민 김양구 씨는 "인덕원에 위치한 회사에 출근하기 전 새벽에 나와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하고 간다"며 "코피도 쏟고 몸이 힘들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에 따르면 판교 11단지와 12단지 거주자 중 기초수급자·장애우 등의 사회적 약자는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적장애우 3명을 포함해 4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윤선종 씨

집회 현장에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과 함께 나온 윤종선(60세) 씨는 “나는 자녀 4중 3명이 지적장애인이다. 현재 28세인 큰 아이가 가끔 소대변을 가리지 못할 만큼 증세가 심하지만 20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태다. 병원비도 많이 들어가는데 보금자리까지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씨는 “나이라도 젊으면 좋겠는데 30대부터 10년 넘게 부었던 청약 저축은 소멸됐고 이제 또 다시 10년을 기다려 나이가 예순이 됐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공공임대 분양전환 제도 개선 필요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 해결은 쉽지 않다. ‘시세차익’이 임차인들에게 돌아가는 것 역시 불공정하다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향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공공임대와 분양전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라면서 “향후 보금자리주택 장기임대, 영구임대만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이원이 지난해 12월 28일 분양형이 아닌 2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공공주택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을 폐기하고 장기임대주택 또는 영구임대주택만을 공급하는 일은 향후 서민주거 복지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의 마음은 더 급해진 모습이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김동령 회장은 “만약 판교 공공임대주택 주민들의 목소리가 묵살된 채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판교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의 목소리는 그대로 묻힐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이 임차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부에 촉구했다.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고종완 특임교수는 “10년 거주한 무주택자를 잘 가려내고 전매 금지를 하는 등 서민주거 안정의 목적이 변질되지 않도록 국토부가 적극 방안 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10년간 공공임대주택에 살았던 임차인들 입장에서는 시장 가격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5년과 10년의 공공임대주택의 분양가 산정기준이 다른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땅값,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세입자들에게 우선분양권을 주고 국토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시세차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고민해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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