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대상 9억원 이상 주택 3012호. 전체의 1.4%

서울 여의도 한 아파트 단지.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로 국민여론이 찬반으로 엇갈려 충돌하고 있다.

실상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난 납세자는 전체의 1.4%에 불과한데도, 세간의 여론은 부동산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고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측과 세금폭탄이라는 의견이 맞부딪히고 있다. 

◇ 과세 대상 9억원 이상 주택 3012호. 전체의 1.4%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표준 단독주택 22만가구의 공시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평균 9.13%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서울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7.92%에서 올해 17.75%로 10% 가까이(9.83%) 상승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는 공평과세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재산세·종합부동산 등의 과세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복지행정 등 60여 가지 행정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공정하고 적정한 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것이다.  

국토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발표에 따라 종부세 과세 대상에 적용되는 9억원 이상 주택 3012호 중 84.76%(2553호)가 서울에 몰려있다. 특히 9억원 초과부터 20억원 이하 주택은 전체 2534호 중 2098호가, 20억원 초과 주택은 전체 478호 중 서울에 455호 역시 서울에 등기돼 있다.  

◇ 대다수 시민들 “세금폭탄 아니다" 

이번 공시지가 조정이 주택가격에 비례해 오른 만큼 주택 가격이 비쌀수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고 보유세 부담이 더 많이 늘어난다. 그러나 중저가 단독주택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지 않아 세 부담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들어 시가 30억여 원인 주택은 공시가격이 31% 올라 보유세 279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보유세 부담이 종전보다 50% 이상 증가한다. 하지만 10억 원 주택 보유자는 19만원 가량을, 2억원 짜리 주택 보유자의 경우 9천원을 더 내는 수준이다. 이처럼 종부세 부과 대상 비율도 전체의 1.4% (3012가구)에 불과하다. 

실제로 마포 공덕동에 20평대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하고 있다는 이 모씨는 “서울 지역이 세금 폭탄을 맞은 것처럼 말들을 하지만 공시지가 현실화는 필요해 보인다”며 정부 발표를 두둔했다. 또 용산에 거주하는 김 모씨도 “용산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라고 하지만 나는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도 공시지가 인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내다봤다. 

은평구 N부동산 대표는 “(은평구는) 큰 평수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공시지가, 종부세 등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H부동산을 운영하는 권 모 대표도  “강남의 아파트 값 하락세에 이어 여의도도 2-3개월 정도 지난 후 하락세가 전망되지만 여의도의 경우는 대부분 15억 안팎의 아파트라서 종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 공시지가 현실화는 당연… 단, 소득없는 노부부 등 예외조항 필요해 

국토부에 따르면 울산 남구 아파트(시세 5억8000만원)의 경우 작년 공시가격이 4억2000만원으로 재산세가 90만원이었다. 반면 서울 마포구 연남동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가 15억1000만원인데도 공시가격이 3억8000만원, 재산세는 80만원으로 오히려 10만원을 덜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공시가격(집값+땅값)과 공시지가(땅값)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공시가격 기준으로 2018년 최고가 단독주택 상위 50곳 중 18곳의 주택 가격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벌들이 세금을 덜 내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과 함께 공시지가 현실화의 필요성도 거듭 제기돼 왔다. 재산신고는 실거래가격이나 공시지가 중 선택해서 할 수 있는데, 고위관료 또는 재벌 등 고가 주택 보유자 대부분이 가액이 낮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신고해 세금 혜택을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에 대해 ‘세금폭탄’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반기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초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40% 미만으로 오래된 서민 아파트(75~77%)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부동산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시지가 현실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소득이 없는 노부부는 예외로 인정하고 세금을 깍아주거나 종부세에서도 장기주택보유공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 투기목적으로 집을 산 것도 아닌데 집 값이 오른 사람들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세입자에게 조세전가를 시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세금이 주는 직간접적 영향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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