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변상욱 대기자, 36년 방송언론계 은퇴 후 연구자로 남을 것
"가짜뉴스는 속이려는 언론사와 속을 준비돼 있는 독자들이 만나 빚어지는 일"

변상욱 CBS대기자는 지난 21일 <소비자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가짜뉴스의 경각심을 재확인하고, 사회적 공기로서 한국 언론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2014년 전 국민을 슬픔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사건’ 이면에 ‘전원 구조’라고 '오보'를 전했던 당시 언론보도는 세월이 흐른 뒤 언론 오보가 만들어 낸 대표적인 ‘가짜뉴스’의 사례로 꼽힌다.  

언론매체의 단순 오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갈등을 유발하고, 피해 당사자에게 심각한 심적 물적 피해를 전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위는 형법에도 규정하고 있는 유언비어로 사회 질서를 교란시키는 범죄행위에 속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각종 가짜뉴스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뉴스라는 '탈'을 쓰고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36년간 방송 기자로 언론계에 종사하며 가짜뉴스 퇴치에 힘써온 CBS 변상욱 대기자를 만나 우리 사회 암적 요인으로 자라난 가짜뉴스의 경각심을 재확인하고, 사회적 공기로서 한국 언론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 기자는 언론을 제대로 읽고 언론 독해능력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가짜뉴스 분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넣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오후 홍대의 한 작은 카페에서 이뤄졌다. 변 기자는 이 자리에서 “가짜뉴스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속이려는 언론사와 속을 준비가 돼있는 독자가 만나 문제가 빚어진다”며 “국민 스스로 언론의 주권자이며 소비자요, 이용자라는 사실을 가지고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변상욱 대기자와의 일문일답. 

- 최근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슈들의 중심에는 늘 ‘가짜뉴스’가 있었다. 가짜뉴스와 관련한 강의를 많이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곳에서 강의 요청이 많이 오는가? 

가짜뉴스와 관련해 언론진흥재단에서 하는 기자교육, 각 기관의 홍보 실무자 교육, 지역별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담당하는 학교 교사들과 지역 시민운동가들이 주 대상이었다. 지난 2년간 전국 곳곳 여러 기관을 돌았다. 가짜뉴스의 중심에는 극우 기독교 세력이 있고 보수 기독교 진영이 전파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공론화됐지만 아직도 교회는 가짜뉴스에 관심이 없다. 기독교 기관 중 교회의 사회참여와 건강한 소통을 고민하는 기관들과는 교육도 했지만 콜라보를 통해 연구도 함께 했다.  

- 그만큼 가짜뉴스에 대한 심각성을 많이 느낀다는 반증인 것 같은데, 처음 기자생활을 했던 198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과거의 문제는 획일적인 왜곡보도였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언론은 정치권력의 외압에 굴종해 권력의 입맛에 맞게 사실을 왜곡해 전했다. 그런데 지금의 가짜뉴스는 언론사가 자기 이해와 사익을 좇아 능동적으로 프레임을 짜서 가짜뉴스를 만들고 있다. 

메이저 언론들은 진영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정파적인 또는 친기업적인 가짜뉴스를 기획한다. 그래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중소 언론매체들은 무비판적으로 무책임하게 이런 가짜 뉴스들을 받아 쓴다. 메이저 언론사의 가짜뉴스를 제어해보려 해도 전파력이 빠르고 걷잡을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일종의 프레임 전쟁 시대가 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가짜 뉴스를 전파한 뒤 여론을 특정 프레임에 가두어 선점하면 나중에 가짜라는 사실을 밝힌다 해도 오도된 여론을 되돌리기 힘들다.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기술적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그래픽, 사진, 심지어 동영상까지 조작이 가능하다. 정부나 기관의 서류를 위조하는 건 손쉬운 일이 되어 버렸다. 또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개인이나 그룹이 정보를 얻어 조작하고 기술적으로 변조하는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 정보사회는 위험사회가 되었다. 반대로 언론 소비자가 진실에 접근하는 통로도 예전보다 다양해지긴 했지만 역시 어둠의 힘이 더 강하고 집요하다.  

지상파 방송은 어느 정도 공적 통제를 받는데 케이블 방송은 상대적으로 통제가 약하고 온라인 매체나 유투브를 기반으로 하는 매체, 기타 SNS 부문은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 심의나 제재를 가할 법제도 미비하다. 

변 기자는 가짜뉴스가 생성되는 근본 원인으로 언론사와 언론인의 가치관의 부재를 꼽았다. 이는 한국의 민주화와 궤를 함께하지 못한 한국 언론의 아픔과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언론의 지형이 어지러운 것은 태생부터가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예전에 언론은 정치권력에 종속돼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언론이 정치권력을 만들어 내는 세력이 됐고 거기에 필요한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문제는 민주주의 발전과 언론의 발전이 궤를 함께하지 못한 탓이다. 

민주언론의 발전은 민주주의와 함께 200년, 300년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해 왔다. 우리는 정부가 만든 한성순보로부터 시작해 바로 식민지언론 ►미군정이 관장하는 언론 ► 독재정권·군부정권의 관변언론 등 암흑기를 거쳤다. 수백 년을 수십 년에 압축해 과속으로 성장했고 그것조차 권력에 의해 왜곡된 성장이었다. 제대로 된 자유민주언론은 1990년대에 들어서나 모습을 갖추었다.

불과 몇 십 년이 안 된 셈이다. 그래서 언론과 언론인들은 저널리즘의 철학과 저널리스트의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했고 몸으로 체득하지도 못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우리가 머리와 가슴에 담고 있는 언론관은 미국식 자유주의다. 언론은 최대한 자유를 누리고 정치적으로 중립되고 독립된 지위를 보장받아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자유의 남용과 오용은 언론 스스로 자율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제도는 북유럽 식 공영주의다. 방송을 놓고 보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중재역할을 해주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있다. 시민 사회가 언론을 제어하고 심의해 규제도 할 수 있는 공적기구를 갖추고 언론은 이 기구들의 통제를 받으라는 것이다. 신문도 사기업으로 놔두지 않고 발전기금, 신문유통원, 지역신문 진흥을 위한 정부 지원 등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해왔다. 문제는 제도상으로 공영적 공공적 통제인데 그 권한이 청와대에 쏠려 있었다는 거다. 

최근 시민 사회는 촛불혁명을 계기로 이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KBS와 MBC, YTN 등 방송사 사장을 뽑는데 시민 대표들이 참여해 판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언론의 통제를 누가 할 것인가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 사회 간의 묘한 긴장이 흐르고 언론사와 그 구성원들도 사태를 주시하며 눈치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보수언론 뿐 아니라 진보진영 언론매체도 시민세력과 충돌해 반목하는 배경에는 이런 갈등이 포함돼 있다. 

- 생각은 미국식 자유주의, 제도는 북유럽식 공공통제주의라고 말씀하셨지만 실제 언론 지형은 둘 다 아닌 것 같은데?

맞다. 실제로는 제각각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객관성과 공공성을 넘어서는 보도를 하고 있다. 남유럽 스타일의 다원주의 형태다. 겉으로는 객관과 공정, 언론의 자유를 외치고 민족정론지를 표방하지만 정파논리에 함몰돼 있다. 다원주의 언론제도는 각 언론이 자신들이 어떤 정파에 속해 있는지를 공표하고 독자도 그걸 전제로 해당 언론의 보도를 읽어내는 것이다. 그래야 국가 전체로는 여론의 균형성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도 언론, 객관주의를 표방하고 정파적 언론으로 질서를 어지럽히니 문제다.

-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제도와 실제 일어나는 현상이 제각각이니 정말 바로 잡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지난 9년간 언론이 후퇴했다 다시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는데 언론 정상화를 위한 새 정부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새 정부는 아무것도 못했다. 언론 관련 법과 제도는 국회가 바꿔야 하고 통제는 방송통신위원회라는 독립기구가 해야 하고, 신문은 자율규제에 맡겨두고 있으니 손 댈 수 없다. 원칙적으로라면 정부가 개입할 권리가 없고 현 정권은 원칙을 지키고만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국가의 중대한 미래 청사진에 대해선 왜곡보도나 가짜뉴스가 등장했을 때 신속하고 나름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부의 불평등 개선 등 개혁과 혁신의 추진이 어렵다. 언론탄압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치기사의 경우 말씀하셨 듯, 언론사마다 색깔이 분명해서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맞을 수 있는데 경제는 한 방향으로 너무 많이 쏠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들어 하다못해 기업 실적 비교 기사는 봤어도 회사의 윤리성이나 노사 간 화합, 소비자 정책 등을 비교하는 기사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정치는 누구를 붙들고 물어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뚜렷하다. 그런데 경제는 그렇지 않다. 누구든 ‘나는 손해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하다. 또 경제는 한국에서 마치 종교와 같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들을 프레임에 끌어들이고 속이기도 쉽다.  

- 결국 성공주의, 1등만 생각하는 가치관과 교육의 문제인가. 

성공주의에 더해 우리 사회는 추격사회다. 부자가 돈을 너무 많이 가져가고 아파트 투기로 시세차익을 챙기면 비난도 쏟아지지만 내게도 저런 기회가 오고 나도 저 부류에 끼어들고 싶다는 욕망이 몹시 강하다. 그래서 잘사는 사람을 뒤쫓고 일정 정도 확보한 사람은 뒤쫓아 오는 사람을 떨구려 한다. 이게 추격사회다. 

이러한 강박이 있는 사람들을 향해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기업의 해외이전, 성장률 저하 등 경제 뉴스를 던져 프레임에 가두는 건 쉬운 일이다. 이것 역시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만 모양을 갖추고 민주적인 문화가 체득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탐욕스런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이 범람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신자유주의로 부가 편중되고 자본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는데 정책이 이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대기업 중심, 성장제일주의, 빈부격차를 대기업으로부터의 낙수효과로 줄인다는 프레임만 전파하고 있다. 

변 기자는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감별해왔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경방, 최저임금 인상 부담 못 이겨 베트남행’ 등과 같은 기사다. 마지 최저임금 때문에 경방을 비롯한 방직공장들이 베트남으로 이전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상 경방의 베트남 공장 이전은 20년 전부터 이뤄졌다는 것. 

환태평양 경제협력체와 관련한 관세 문제와 생산라인의 수직 계열화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얽켜 베트남에서 수출하는 것이 미국수출과 유럽수출에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공장들이 베트남에 모이게 됐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설명하는 등 언제나 전체를 보는 안목을 잊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대중의 신뢰를 쌓아온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목포를 가장 핫한 곳으로 만든 SNS의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보도 역시 전체성과 통전성을 놓친 언론 보도의 성급함을 지적했다. 

- SBS의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보도로 시끄러운데, 어떻게 보고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SBS 보도기 초기에 전체성을 보여주는데 미흡했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목포시의 옛 도심이라는 지역을 놓고 벌어진 여러 가지 상황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다음에 시청자의 판단을 구했어야 했다. SBS가 내놓는 사실자료와 인터뷰, 현장 취재를 시청자들이 쫓아가다보면 SBS와 똑같은 판정과 결론에 이르게 하는 것이 탐사보도의 목표다. 그런데 SBS 보도를 시청하고 나면 투기인 듯 하고 다음날 손 의원이나 누리꾼들의 반론.반박을 보면 문화유산에 대한 열정과 투자처럼 보이고 여론이 이리저리 뒤집히고 혼란스럽다. 당연히 그 혼란을 정파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도 끼어들고 손 의원은 진정성으로 커버하려 하고 SBS는 프레임을 바꾸고 총체적 혼란을 빚고 있다.  

손 의원 개인이 아닌 목포 옛 도심을 살리고 싶은 목포 시민의 절박함 심정과 우리 사회 옛 근대 역사 유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가면서 손 의원의 사적인 접근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생각해 본다. 

예전에는 전체성을 보여주지 않아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다. 정보와 취재는 언론의 고유영역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기존의 언론은 정보와 취재에 있어 여러 그룹 중 하나일 뿐이다. 취재와 보도는 언론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냥 믿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짧은 기사가 아니고 호흡이 긴 탐사보도라면 당연히 역사적 맥락을 짚어주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균형 잡힌 컨텐츠가 담기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손 의원에 대한 판정은 보도의 후반부에 등장시키는 것이 적절했는데 시작부터 부동산 투기의혹과 시세차익을 앞세우는 등 조급했다. 판단을 뒷부분에 배치했다면 쏟아지는 반론.반박, 다양한 접근들을 수용해 보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손 의원도 물론 이해 충돌에 대해 충분히 이해 못하고 진정성을 앞세워 SBS를 이기려 했고 전선을 여기저기로 확장시켜 결국 정치게이트 같은 이슈로 만들어 버렸다. 

-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전체성과 통전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상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기자가 시간을 좀 더 갖고 취재를 하고 싶어도 데스크가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고 의혹으로 몰고 가도록 지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정확한 지적이다. 지금 벌어지는 기레기(쓰레기 기자의 줄임말)의 문제는 사실상 기레기 데스크들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기자들이 아직 경험이 부족해 서 툰 결과물을 내놓으니 데스크를 두고 에디터를 두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파적으로 혹은 사주의 이익, 자리보전 등에 얽매이다보니 문제가 된다. 기레기 데스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예 언론사 설립 기준을 높일 수는 없을까? 

허가제와 등록제의 문제인데 언론을 허가제로 하는 건 언론자유를 극히 제약한다는 반증이나 다름없어 어렵다. 또 정치권력의 성격에 따라 악용하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 그렇다면 정말 언론매체를 상대로 계몽 밖에는 길이 없는 것 같다. 언론재단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커리큘럼도 포함돼 있는데 언론매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나? 

6년째 전국 수습기자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보수 메이저 언론사들은 한동안 자사 기자들을 보내지 않았다. 특히 진보정권 시절은 기자교육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며 공동의 교육에 참여치 않다가 최근 사정이 어려워지고 여력이 없는 탓인지 보내기 시작했다. 우선은 메이저 언론사들이 정론으로서의 모범과 실천을 보여야 중소매체들도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언론계 자정활동에  시동을 걸텐데 한계가 너무 뻔해 안타깝다. 

- 방송 언론계 종사자로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제는 언론사마다 팩트체크, 가짜뉴스 대응이 또 다른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한 듯하다. 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학교 뿐 아니라 시민사회도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방법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가 뉴스를 제대로 읽고 언론을 견제하기 위해 공부하고 내공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고 한편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중심에는 보수 기독교가 있다. 그런데 한국 민주화에 지대한 역할을 해 온 CBS마저도 다른 사회, 정치문제와는 달리 교계 문제에는 보수적이고 용기가 없는 것 아닌가? 

개신교계의 주류 세력이 대형교회 위주로 재원도 독점하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그 세력과의 관계를 단절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CBS도 대형 교회 중심의 보수 기독교진영과 파트너십을 이뤄 왔지만 더 단호해져야 한다. 이렇게 비리가 잇따르고 신뢰가 추락하면 한국 교회의 기반도 무너지고 결국 CBS의 토대도 무너진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인데, CBS의 취지에 찬성하는 개인 후원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 결국 현재 시점에서 종교를 떠나 종교 문제가 사회 문제임을 깨닫고 동참하는 시민들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은퇴 후 교계와 시민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기대해 봐도 좋을까? 

한국 보수 개신교의 가짜뉴스 생산 공장, 정치권과의 유착, 뒷배를 봐주는 인물들을 찾기 위해 작업했고 그 대 그 때 결과물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회가 전파해야 함에도 교회가 전파는커녕 가짜 뉴스에 온상이자 통로 역할에 파묻혀 있다. 어쩔 수 없이 저널리스트로서 이 문제들을 놓아 버릴 수는 없을 듯하다.  

- 언론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짜뉴스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속이려는 언론사와 속을 준비가 돼 있는 독자가 만나면서 문제가 빚어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확증편향적인 성향이 있다.

자신의 뉴스를 보는 습관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속히 단정 지으려 서둘러 뉴스에 달려들면 프레임에 갇히면서 피해자가 된다. 집요하고 끈질기게 이슈를 탐구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 폰을 열어 제목만 읽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언론이 가지고 있는 권리는 국민이 언론에게 위탁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은 언론의 주권자이자 소비자요, 언론행위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이용자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뉴스를 소비할 때 주권자로써 책임을 가져주시길 당부한다. 

그래서 나쁜 뉴스, 가짜 뉴스는 광고상품 불매운동도 하고, 언론사에 개선을  요구하며 행동해야 한다. 소비자로서 권리를 주장해야 하고 또한 책임도 있다. 함께 나서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 '소비자경제'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소비자는 항상 뒤쫓아 가면서 항의하고 호소하는 존재로 남는다. 소비자가 먼저 감시할 수 있는 눈을 지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대안과 해결책을 미리  제시해주는 언론매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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