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책임은 원청 명시
개별 업종 계약서 개선
공정위 "수급사업자 애로사항 상세히 반영"

2017년 5월 2일 경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 크레인이 전날 골리앗 크레인과 충돌사고로 엿가락처럼 휜 채 근로자 31명의 피해가 발생한 선박 건조 작업장 쪽으로 맥없이 넘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5월 2일 경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 크레인이 전날 골리앗 크레인과 충돌사고로 엿가락처럼 휜 채 근로자 31명의 피해가 발생한 선박 건조 작업장 쪽으로 맥없이 넘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조선업·해양플랜트업과 같이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9개 업종에서 원사업자의 안전관리 책임이 하도급계약서에 대폭 강화된다. 원사업자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책임지지 않는 ‘죽음의 외주화’ 구조를 계약 단계부터 막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조선업종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책임을 원사업자에게 묻고, 방송콘텐츠 저작권을 하도급업체에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선업·조선제조임가공업·해외건설업·해양플랜트업·정보통신공사업 등 9개 업종의 안전관리 책임 주체가 원사업자임을 새 표준계약서에 명시했다. 

아울러 안전관리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은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또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 소유 물건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도 새로 담았다.

2017년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충돌 사고로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상자 31명 중 사망자 6명이 모두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이에 인건비 절감을 위한 하도급 구조가 안전보건관리 사각지대를 만들어도 원청업체는 사고 발생 때 책임을 지지 않는 '죽음의 외주화' 구조를 계약 단계에서 막아야 한다는 필요에 공감대가 커졌다. 

다만 지난해 12월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외주업체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 사례에는 이번 새 표준계약서가 적용되지 않는다. 태안화력발전소와 숨진 김씨가 소속된 외주업체가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는 원청·하도급 관계가 아니라 일반계약 관계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변화하는 시장 거래 상황에 맞춰 개별 업종 계약서 규정도 고쳤다.

예를들어 방송업종에서 하도급업체가 창작한 방송콘텐츠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은 하도급업체에 귀속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간접광고 수익 배분 규정도 넣었다.

정보통신공사업종은 원사업자가 특정 보증기관 이용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했고, 건설폐기물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도록 했다.경비업종에서는 원사업자가 폐쇄회로(CC)TV, 경광봉 등 필요 물품을 하도급업체에 시세보다 비싼 값에 팔 수 없도록 못 박았다. 

아울러 계약 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계약 기간이 1년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도 담았다.

해외건설업종과 관련해서는 법률문제가 생겼을 때 준거법을 소재지 국가법과 한국법 중 하도급업체에 유리한 국가의 법을 적용하도록 했다.해양플랜트업종에 대해서는 품질 향상을 위해 하도급업체에 기술지도를 할 때 비용은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조선제조임가공업종에서는 품질 유지·개선과 같이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특정 물품 구매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가구제조업종 계약서에는 원사업자의 부당반품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공정위는 이밖에 43개 모든 업종 계약서에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보복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돼 3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개정 하도급법 내용도 반영했다.

공정위는 “이번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을 통해 그동안 수급사업자들이 제기한 애로사항들이 상세하게 반영됐다"며 “특히, 저작권의 일방적인 귀속, 특정 보증기관 이용 강요 및 사급재 공급과정에서의 수급사업자의 불이익 문제 등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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