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밴드·임금피크제 진입시기 논의... 해결점 못 찾아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KB국민은행(이하 KB) 노사가 주말 동안에도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이어 갔다.

노사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성과급 규모, 페이밴드(직급별 호봉상한제), L0(창구전담직원)의 경력인정, 기간제 계약직 정규직화,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등 주요 쟁점 방안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차별 철폐 부분에 대해 노조의 입장은 기존과 같으며 투쟁 계획 역시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파업이 계속되는 상황까지 가면 안되니까 노사가  휴일까지 교섭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도 "1월 말로 예정돼 있는 2차 총파업까지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계속 밝혀온 만큼 이전보다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노조 측 요구한 ‘차별철폐’ 관련 쟁점 두고 협상 계속 

KB 노사는 지난해부터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돌입 시기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우선 성과급의 경우 2017년과 같은 수준인 기본급 300%수준으로 지급해 달라는 노조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사측이 한 발 물러섰다. 

단 KB 노조는 페이밴드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현재 2014년 이후 입사자에게만 적용 중인 것을 전 직급으로 확대하자고 요구하던 기존 입장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선으로 절충안으로 내놓았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임금피크제는 부장·지점장과 팀원급간 이원화된 진입시기의 일원화 필요성에는 노사 노무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보완책을 논의 중이다. 

KB 노조가 요구한 L0 직원들의 과거 창구전담 비정규직 근무경력 인정, 점포장 후선보임제도 개선, 기간제 계약직 정규직화 등의 이슈에 대해선 사측이 일부 개선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합의점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희망퇴직 시행 합의...  지연 직원 인사 속도 낼 듯

노사가 지난 10일 파업으로 지연된 희망퇴직 시행에 합의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14일까지 임금피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실제 퇴직자들을 확정한 뒤 인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올해 희망퇴직자는 기존 희망퇴직 대비 대상자를 확대한 임금피크 기 전환 직원과 부점장급은 66년 이전 출생, 팀장·팀원급은 65년 이전 출생 직원이 포함되면서 지난해 400여명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대상자가 21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확대됐고 특별퇴직금도 지난해 최대 36개월치에서 최대 39개월치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KB 관계자는 “희망퇴직 1년 후 계약직 재취업 등의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으며, 2020년까지 본인 및 배우자에 대한 건강검진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4일로 예정됐던 본부장(PG장) 인사는 오는 17일 이뤄질 전망이다. 또 부장·지점장과 팀원급 이하 직원의 본부 부서 및 그룹간 이동 인사와 그룹 내 영업점 직원 이동 인사도 내 주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KB, 총 파업 여파 적었던 이유는

KB 노조가 19년 만에 총 파업에 나섰음에도 실제로 우려했던 소비자 불편은 크지 않았다. 

이번 국민은행 파업 당시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9000명(노조 추산)이 참여했음에도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은 적었던 것. 

이에 은행권의 비대면 거래가 늘었기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뱅킹(52.6%)을 이용하거나 현금자동지급기(CD)·자동화기기(ATM)(30.6%)에서 입·출금 업무를 보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한 불편이 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평소 은행들에 유휴인력이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통계 기준으로 KB·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점포는 2015년 9월말 5126개에서 지난해 9월말 4708개로 418개(8.2%) 줄어들었다.

게다가 매년 희망 퇴직은 통해 직원 숫자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유휴인력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노조위원장은 “노동조합에서 미리 보낸 안내문을 지점마다 부착하고 고객들에게 안내를 드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도 “파업이 게릴라성으로 이어지는 만큼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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